건조해지지 않도록 콧속 수분 유지 중요…치료 시 전기기구 이용보다 보존적 치료 권장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겨울철에 건조한 날씨에 따른 '비강건조증'으로 코피를 흘리는 어린아이들이 자주 나타나 이에 대한 예방과 대처의 중요성이 최근 강조되고 있다.

비강건조증은 50~60퍼센트의 습도를 유지해야 하는 콧속이 겨울철 낮은 기온과 실내난방으로 인해 건조해지면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비강건조증이 있으면 콧속이 당기듯이 간지럽고 만지면 아프고, 자꾸 만지다 보면 점막이 손상되고 점막 아래의 혈관이 노출되게 된다. 이때 노출되는 혈관은 터지기 쉬워 가벼운 자극에도 점막이 벗겨져 코피가 나게 된다.

김호찬 을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특히 아이들의 경우 성인보다 몸의 수분량이 적어 코가 쉽게 건조해지고 가려움을 더 잘 느낀다. 어린이가 코피를 흘리는 대부분은 비강건조증으로 인해 코에 불편함을 느껴 코를 세게 파거나 비볐기 때문이다.

비강건조증으로 인해 코피가 날때 고개를 뒤로 젖히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 고개를 젖히게 되면, 코피가 뒤로 넘어가 기도로 들어가게 되면서 흡인을 일으키기 때문에 고개를 바로 하거나,약간 앞으로 숙이는 것이 좋다.

김호찬 을지대학교 을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대부분의 코피는 비중격 앞쪽에서 발생하므로 적당량의 휴지로 비강을 막은 뒤 엄지와 검지를 이용해 콧볼을 쥐면 출혈 부위에 압박이 잘 이뤄져 빠른 지혈이 가능하다"며 "그외에 알려진 코뼈 부분을 누르거나 이마에 시원한 수건을 얹는 방법은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비강건조증으로 인한 코피를 예방하는 방법으로 전문가들은 비강이 건조해지지 않도록 바세린 같은 기름기가 많은 연고를 바르며 식염수 스프레이를 이용해 자주 비강에 수분을 공급하는 것을 권장한다. 또한 외출 시 마스크를 착용해 비강 내 수분을 보존하고 가습기를 이용해 실내 습도를 50~60%로 유지해주는 것이 좋다.

김 교수는 "무엇보다 출혈 발생 시 손상된 혈관과 점막이 완벽히 재생되는 약 2주간은 코를 세게 파거나 풀지 않도록 하며, 알레르기 비염이 있는 경우 가려움증, 재채기 등 증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비강건조증으로 인한 출혈의 치료가 필요한 경우 혈관의 일부가 점막 가까이 올라와 튀어나온 경우에는 전기기구를 이용하여 혈관을 결찰하는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그러나 이 경우 코피는 지혈되더라도 주변 점막은 전기에 의해 일부 손상되어 연골염이나 연골막염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

특히 아이의 경우 성인에 비해 빈도가 높고,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 불편감을 스스로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보존적인 치료(연고 등으로 습윤하게 관리, 코를 풀거나 자극하지 않는 방법)를 전문가들은 권장한다.

한편 비강건조증 예방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코피 지속 시간이 20~30분 이상으로 길면 다른 질환을 의심해 봐야 한다. 유소아의 경우에는 드물기는 하지만 비인두 섬유성혈관종(Juvenile Nasopharyngeal Angiofibroma)을 포함한 비강 혹은 비인두 종괴 여부를 검사해야 한다.

또한 유전질환의 하나로 몸 점막의 모세혈관이 확장되어 출혈 경향을 높이는 질환인 유전성 출혈모세혈관확장증(Hereditary hemorrhagic telangiectasia) 및 혈소판/응고인자 이상 등을 감별해야 한다.

김 교수는 “특히 가족 및 친척 중 구강, 소화기관, 비강의 대량 출혈의 병력이 있다면 더욱 주의해야 한다”며 “이처럼 잦은 코피가 발생한다면 이비인후과 전문의에게 코 내시경을 통한 진찰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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