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한방대책특위, “치매치료 해답 중국 태극권 아닌 한국 한방에서 찾아야” 지적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태극권의 치매치료 효과를 두고 의료계와 한의계간 신경전을 벌이며,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양상이다.

한의계는 지난 13일 국회에서 개최된 ‘치매예방과 치료, 한의약의 역할과 가능성’ 토론회에서 “태극권이 인지기능과 체력, 우울증 척도 등 치매 증상을 개선하는데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개최된 '치매예방과 치료, 한의약의 역할과 가능성' 국회 토론회 자료집에 실린 '기공'의 효과 중 일부 내용.

이에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은 “태극권이 치매에 효과가 있다면 취권이나 영춘권, 다른 권법들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환자는 무분별한, 근거 빈약 치료의 실험 대상이 아니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러한 최 회장에 비판에 한방신경정신과학회에서도 “최 회장이 취권이나 영춘권 등 다른 무술들을 거론하며 조롱했다”고 반발했다.

이같이 의료계와 한의계간 태극권에 대한 치매예방 효과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의협 한방대책특별위원회(한특위)가 가세해 한의계의 주장에 정면 반박했다.

한특위는 “실제로 치매와 인지장애에 관련 태극권 외에도 여러 가지 운동법들의 효과가 연구되고 있지만 태극권이 다른 권법이나 운동에 비해 더 나은 효과가 있음을 입증한 적은 없다”라고 주장했다.

학계에서 태극권을 연구하는 것은 신묘한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느리고 부드러운 동작을 노인이나 환자들이 따라하기 쉽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한방신경정신과학회에서 주장한 태극권 효과의 근거로 우리나라 의사가 연구한 결과도 경도인지장애 환자 32명을 대상으로 한 ‘브레인업 타이치’ 운동법과 인지훈련의 효능 비교한 소규모 임상시험이라는 게 한특위의 설명이다.

한특위에 따르면 연구책임자인 동아대 천상명 교수는 “나의 연구는 한방원리와 전혀 무관하며, 나의 연구를 한방이 치매국가책임제에 참여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에 대해 심히 유감을 표하는 바”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특위는 “권위 있는 학술지인 내과학연보에서도 태극권은 인지기능을 개선시킨다는 결론을 내릴만한 근거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라며 “결국 근거의 질을 고려했을 때 태극권은 치매에 대해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다”라고 강조했다.

또 한특위는 “무엇보다 중국의 태극권과 한국의 한방은 전혀 관계가 없는데 마치 한방 치료의 일종인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한의계는 치매치료의 해답을 중국의 태극권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한방의 침이나 한약이 치매치료에 어떠한 효과가 있는지부터 연구하고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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