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신문·일간보사=안치영 기자] 2013년 최저임금은 시급 4860원이었다. 그 이전부터, 그리고 최근까지 정부는 경쟁적으로 여야 가리지 않고 ‘사람의 가치’에 대한 눈높이를 높이기 시작했다. 그 근원이 포퓰리즘이든, 시대의 흐름이든 간에 말이다. 덕분에 2018년 최저임금은 시급 7530원으로 확정됐다. 내년에는 시급 8350원이다. 2013년과 비교, 거의 두 배에 육박한다.

그 때문일까? GDP도 올랐다. 2013년 한국의 1인당 GDP는 2만4328 달러였지만, 2018년에는 3만2046달러에 달한다. 단순하게 산술적으로만 계산해도 2013년에 비해 30% 정도가 올랐다.

‘내 월급 빼곤 다 오른다’고는 하지만, 또 오르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환자 생명의 가치다. 사람의 생명을 값어치로 환산한다는 것이 얼마나 심각하고 어려운 일인지는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이를 ‘최대 다수가 지속적으로 건강할 수 있는 한도를 정해야 하는’ 건강보험체계는 이를 현실화시켰다.

건강보험에서는 환자가 생명을 1년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약값, 즉 ICER 값의 한계가격은 2013년 당시 1인당 GDP의 2배 수준인 5000만원으로 설정됐다 한다. 그리고 그 가격은 아직까지 변함이 없다. GDP가 오르고 최저임금이 오르고 물가가 올랐는데도 말이다.

물가가 오르고 소득수준이 오르면서 신약개발 비용원가가 상승한 마당에 ICER 한계값이 그대로라면 제약사 입장에서는 손익분기점 아래로 신약을 팔아야 하는 상황도 올 수 있다. 아니면 약가 협상 결렬 후 비급여로 팔던가.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신약이 없으면 환자는 죽는다. 환자는 모아둔 돈을 쓰지 않는 이상, 주변인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단일 건강보험체계인 국내에서 약가 협상 결렬의 의미는 개인으로서 부담하기 어려운 약값을 지불하다 죽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정말로 정부가 건강보험에 대한 보장성 강화를 주장하려면 물가 상승으로 인해 실제 사람의 생명의 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을 타개해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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