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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와 사회계약
이명진
명이비인후과원장 · 의사평론가

[의학신문·일간보사] 의사는 사회계약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특별한 제도인 면허를 통해 전문직(professional)으로 인정받는 직종이다. 사회계약(Social Contract)이란, 인간이 자신들의 이익과 공동의 선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자유나 권리의 일부를 포기하거나 내려놓고, 서로간의 합의된 약속을 지킴으로 자신들의 자유와 이익을 최대한 보장받는 것을 말한다. 사회가 의사들에게 독점적 진료 권한인 의사면허를 주는 것이 사회에 이익이 된다는 것을 인정하는 약속이다. 대신 면허를 주는 조건으로 의사가 사회에 해가 되지 않도록 의사집단이 자율적으로 전문지식과 술기를 유지하고 의사로서 갖추어야할 덕목과 소양을 지켜가도록 요구한다.

의사와 사회 간의 계약에 관여되는 많은 요인들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의사와 사회간에 이루어지는 사회계약에는 상당한 긴장과 갈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사회계약의 역학관계에 크게 3가지 영역이 복잡하게 관여한다.

먼저 의사가 소속되어 있는 의료단체 내에서 작용하는 요인들이다. 개원의와 봉직의, 대학교수간의 이해관계가 작용하고 각 전문과별 이해가 서로 상충한다. 이런 상충된 의견들을 한 곳으로 모을 수 있는 울타리가 의학 전문직업성이다.

두 번째 요인은 계약의 상대자인 사회다. 사회는 환자와 일반 대중, 정부와 정치인이 각 자의 이익을 위해 서로 역동적으로 활동한다. 특히 표를 의식한 정치인의 대중 영합적 정치 행동이 사회계약의 위협요소로 대두되고 있다. 이와 함께 대중들의 시민의식 수준이 매우 중요하다.

세 번째 요인은 외부요인이라고 불리는 건강보험제도와 자율규제체제, 언론들의 역할이다. 각 나라마다 운영하는 건강보험제도가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영국과 영연방 국가들이 시행하는 국가건강체계(NIS, National Heath System), 우리나라와 같은 국가보험체계(NIS, National Insurance System), 자유계약체계가 주를 이를 이루고 있는 미국 같은 보험제도는 각각의 장단점을 안고 있다.

의사와 사회 그리고 외부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사회계약을 명문화된 계약서에 명시할 수는 없다. 일종의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서로가 인정하게 된 암묵적 계약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계약에 대해 서술된 부분은 다양한 자료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의료관련 법과 각종 규정, 연수교육 규정, 전문의 자격증, 면허등록규정, 윤리강령과 ‘모범 의료행위 지침(Good Medical Practice)’과 같은 진료 표준(practice standards)도 있다. 의료 행위에 대한 도덕적으로 중요한 측면은 언급되어 있지 않지만 이타심과 책임감, 인격적 통합성(integrity)은 사회계약의 근본적인 요소로 환자와 사회가 실제적으로 기대하는 부분이다. 이것은 법으로 제정해야 하는 부분이 아니라, 의사 자신에게서 우러나와야 하는 것이다. 이런 것들은 지속적인 교육과 성찰을 통해 체득된다.

만일 의사 개인이나 전문직 단체가 사회적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계약은 바뀌게 된다. 의학 전문직업성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할 때 사회는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법과 규정을 정해서 타율로 의사들의 자율영역을 간섭하게 된다. 이런 타율적 간섭을 정치권과 정부뿐 아니라 보험자단체에서도 나서기도 한다.

반대로 사회가 전문직의 합법적인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전문직의 의학 전문직업성을 위협하고 의사들의 윤리적 민감도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수가책정이나 비합리적인 의료 재료비 책정 등은 한국 의료에서 의학 전문직업성이 발휘되는데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이다.

의사들의 이타심과 열정페이를 요구하기에는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의사와 사회가 의학 전문직업성이 제대로 발현되도록 노력하고 여건을 만들어가야 한다.

의학신문  medicalnews@bo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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