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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 전문직업성의 변천사
이명진 
명이비인후과원장 · 의사평론가

[의학신문·일간보사] 각 시대마다 의사에 대한 기대와 역할이 다르고, 과학 발달에 따라 새로운 역할이 생기기도 하고, 어떤 역할은 없어지기도 한다. 같은 의료행위도 나라와 문화에 따라 표현되는 방식이 다르고, 사회경제적 수준과 시민의식에 따라 다르게 표현된다. 의학 전문직업성 역시 고대 그리스 로마시대부터 시대와 사회경제적 변화와 시대상에 따라 그 내용이 조금씩 달라졌다. 의학 전문직업성의 변천은 크게 4개 시대(Ages)로 구별할 수 있다.

BC4세기 히포크라테스 선서 시대

이 시기 전문직업성은 고대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나온 것처럼 소명 받은 전문직이 가져야 할 고상한 덕목들이 주된 내용이었다. 이 시대 의술은 과학(science)보다는 의술을 후대에 물려주는 기예(art)에 가까웠다.

환자에게 유익한 결정을 하고, 해악을 끼치지 않아야 하며, 사회 규범과 법, 도덕 원칙을 준수하고, 자신의 능력의 한계를 알고, 동료를 존중하며, 자신의 위치를 이용해 환자를 이용하거나 착취하지 않고, 환자 비밀을 지키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19세기

산업혁명과 과학 발달에 힘입은 의사들은 의학과 의료기술을 가진 유일한 이해당사자였고, 환자 이익보다는 자신의 돈벌이에 열을 올리는 시기였다. 이 시기 의학 전문직업성의 특징은 산업혁명 이후 밀려온 상업화로부터 전문직을 보호하려는 의도를 주로 담고 있다. 광고를 하지 않고, 돌팔이 의료를 잡아내고, 지나친 환자 왕진을 삼가도록 했다. 불필요한 진찰을 삼갔고, 다른 의사 진료에 참견하는 것을 실례로 여겼으며, 동료 의사와 가족들의 진료비를 받지 않는 것을 예의로 여겼다.

1847년 미국의사협회에서 윤리강령을 처음 재정했다. 영국의 토마스 퍼시벌은 1803년 그의 저서 ‘의료윤리’를 통해 의료윤리를 대하는 의사들의 냉소적인 반응을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왕실 의사들은 신사는 명문화된 윤리기준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냉대했으며, 평민 의사들은 의료윤리를 자신들을 통제하려는 불순한 의도라고 외면했다.”

현대적 히포크라테스 선서 시대

2차 세계대전 이후 환자 권리 보호와 생명윤리에 관심이 높아지고 증거중심의학(EBM Evidence Based Medicine)이 강조되는 시기다. 1948년 세계의사총회에서 ‘제네바 선서’가 채택되어 현대적 히포크라테스 선서 시대를 맞게 된다. 이 시기 의학 전문직업성 특징은 고대 히포크라테스 선서 내용에서 부족했던 환자 권리에 관한 부분을 추가한 것이다. 환자의 권리를 지켜주고, 환자에 미치는 사회적·경제적 영향을 고려하며, 질병예방을 증진시키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21세기 의학 전문직업성

21세기에 들어오면서 환자 중심적 의료를 통해 환자 권리 보장에 대한 부분이 한층 강조되고, 의사와 사회 사이의 신뢰를 증진시키려는 내용이 추가된다. 정직한 진료를 하고, 거짓 진료를 하는 동료를 고발하고, 법을 준수하며, 환자와 동료 의사 그리고 헬스케어 종사자의 권리를 존중하고, 법적인 한도 내에서 환자 비밀을 보호하고, 의과학 발전에 기여하며, 환자에게 최선의 이익이 되도록 진료하고, 모든 사람이 차별이 없이 의료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의사협회 의료윤리강령의 경우 “환자의 이익(the benefits of the patient), 환자 우선(patients first)” 짧은 문구를 통해 이러한 정신을 잘 담아내고 있다.

의학 전문직업성의 시대별 변천사를 통해 전문직으로서 의사가 어떻게 사회의 변화에 대응해 왔는지 간략히 살펴보았다. 흥미로운 사실은 의학 전문직업성이 담아야 할 내용이 과거에는 100년 이상 오랜 시간에 걸쳐 변해왔지만 과학과 사회의 급격한 발달과 함께 점점 변천 시기가 짧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각 시대별 전문직업성의 변천사를 통해 성큼 다가온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으면서 어떤 의학 전문직업성을 준비해야 할지 고민할 때다.

의학신문  medicalnews@bo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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