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진
명이비인후과원장 · 의사평론가

[의학신문·일간보사] 현대 시대의 특징 중에 하나가 연대 문화다. 작게는 동호회 모임을 통해 같은 취미를 갖는 사람들이 모여 의견을 나누고 친밀함을 느끼며 안정감과 재미를 나눈다. 인터넷 문화의 발달로 인해 연대 문화가 급속히 발달했다. 굳이 오프라인에서 만나지 않아도 사이버 상에서 정보와 의견을 나누고 연대감을 갖게 한다. 이런 연대감은 서로가 같은 편이라는 친밀감과 세를 과시하는 행동을 통해 쾌감과 성취감을 얻기도 한다.

연대감은 같은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같은 편이라는 공동체 의식을 느끼는 감정이다. 외국 생활 중에 만나는 태극기나 애국가, 올림픽 시상식에서 게양되는 태극기와 애국가를 들을 때 가슴 뭉클한 것은 대한민국 국민이면 모두가 느끼는 감정이고 연대감이다. 386세대들은 “어서 모여 우리 하나가 되자”라는 노랫말에 익숙한 연대감을 느낀다. 7080세대는 그 시대의 유행하던 노래를 듣기만 해도 연대감을 느끼기도 한다.

정치권의 연대는 정권을 바꾸기도 하고, 이익단체의 연대는 이익단체의 권익을 가져다준다. 공동구매를 통한 연대는 원하는 상품을 싸게 구입하기도 하고, 함께 연대하는 동료나 단체가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경제적 불이익이나 정치적 어려움을 무릅쓰고 지지성명서도 발표하고 힘을 보태주기도 한다.

연대의 시대를 어떻게 잘 살아갈 수 있을까? 의사들은 누구와 어떤 방법으로 연대를 이루어 가야만 할까?

첫째, 방법론이다. 어떤 방법으로 소통하느냐에 따라 연대하는 효과를 극대화하기도 하고, 우물 안 개구리로 만들기도 한다. 효과적인 연대를 이루는 기전은 소통(communication)이다. 소통의 방법을 잘 사용해야 한다. 소통의 도구로 감성을 자극하거나 일체감을 일으키는 영상물은 소통 대상의 폭을 넓혀 준다. 또한 소통을 이끄는 핵심요원들이 필요하다. 대한의사협회 산하에 있는 지역의사회가 223개, 의학회에 속한 학회가 186개다. 각 산하단체의 조직을 잘 이용해야 한다. 산하 단체를 통해 SNS를 통한 인맥 넓히기, 사이버 찬반 투표에 참여하기, 블로그(blog) 활동하기 등을 권하고 싶다. 효과적인 연대를 위해 세상을 향해 소통하는 의사들이 필요하다.

둘째, 연대 방법이다. 어려울 때나 힘들 때 발 벗고 나서줄 연대 세력을 만들자. 의사들의 정체성과 가치를 떨어뜨리는 기회주의적인 연대는 피해야 한다.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은 사회 분위기에서도 사회를 이끄는 지도자 그룹으로 국민의 건강뿐만 아니라, 나라의 중대사에 대해 의사협회의 입장을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의사협회가 국민의 어려움과 힘든 부분을 대변해 주는 단체라는 이미지 메이킹이 필요하다. 의료계 일 뿐 아니라 국민을 위해 거시적인 안목으로 사안에 따라서는 연대하는 행보를 해야 할 것이다. 현재 최대집 집행부는 그 어느 집행부보다 연대할 그룹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대라는 것은 고통을 함께 나눌 때 서로에 대한 신뢰가 두터워진다. 단단한 연대와 신뢰 구축은 대국민 홍보작업이나 정부와의 줄다리기를 할 때 든든한 지원 세력이 되어 줄 것이다.

작은 빗방울이 바위를 뚫고, 삼겹줄이 한 줄 보다 힘이 세다. 아무리 바쁘고 급하더라도 두 발을 디디고 싸우려면 든든한 연대 세력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 이불 속에서 소리치는 소통이 아니라, 작은 목소리지만 분명하고 큰 울림이 있는 소통의 방법들이 많이 있다. 고통을 함께 나누는 믿음과 신뢰에 기초한 연대는 좋은 열매를 가져다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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