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중심 사고로 국민 공감 못 샀다"…'전략 부재' 지적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이변은 없었다. 의료기관내 폭행 근절을 위한 청와대 국민 청원이 결국 20만명을 돌파하지 못하면서 의료계는 청와대의 응답을 들을 수 없게 됐다.

의협은 지난 8일 서대문 인근 경찰청 앞에서 ‘의료기관내 폭력 근절 범의료계 규탄대회’를 개최했다.

물론 국회에서 의료계가 요구한 의료기관내 폭행과 관련해 처벌을 강화하는 법 개정안을 연이어 발의해 고무적인 면도 있지만 이번 국민 청원 실패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의료계가 국회 설득엔 성공했지만 정작 자신들과 밀접한 타 직역 보건의료인들의 동력을 이끌어내지 못한데다 사실상 가장 중요한 국민들의 동의를 얻어내지 못한 점에서다.

지난 7월 1일 익산병원 응급의료센터에서 환자가 의사를 폭행하고 살해협박까지 한 사건에 대해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감옥에 갔다 와서 칼로 죽여버리겠다’는 제목으로 국민 청원이 제기됐다.

하지만 국민 청원 마감인 8월 2일(오늘) 청원 동의자는 14만명을 넘기는데 그쳐 청와대의 응답(20만명 기준)은 물 건너간 것이나 다름 없다.

그동안 의료계는 동료인 보건의료인과 국민들에게 청원 참여를 독려하고, 길거리까지 나서 의료기관내 폭행 근절을 외쳤지만 이는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로 묻힌 것이다.

이는 의사를 대표하는 대한의사협회에서 의료기관내 폭행 근절에 대한 이슈는 잘 부각시켰으나 의사 중심의 사고와 방법론에서 매몰된 전략으로 국민들에게 동의를 얻어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20만명이라는 수치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의사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도움이 절실했지만 의료계는 끝내 국민들의 동의를 얻어내지 못했다”라며 “의협이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 전략적 실패하고 볼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결국 이번 국민 청원의 실패는 이미 예견됐다라는 게 의료계 일각의 평가다.

의협이 청원 시작부터 의사 내부의 동력을 모으는 것에 많은 시간을 소요한데다 보건의료인들의 연대에 실패한데 그치지 않고, 국민들과의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다는 것.

의료계 한 임원은 “의사들은 자신의 억울함을 스스로 위안하는 의약분업의 프레임에 아직도 매몰돼 있다”라며 “의료기관내 폭행이 의사들이 최선의 진료를 할 수 없다는 점보다도 국민을 보호해야한다라는 점에 방점을 찍어야했다”라고 피력했다.

◆집행부, 범 보건계 유대감 형성 못한 책임도=이밖에 의협이 타 보건의료단체의 동력을 이끌어내지 못한 이유가 최대집 집행부가 기존 회무에서 유대감을 제대로 형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의협이 이번 의료기관내 폭행 사건으로 인해 보건의료인 전체의 문제라며 연대 분위기를 조성한 반면 그동안 회무에서 타 보건의료인들에게 무관심했다는 것이다.

간호계 한 관계자에 따르면 실제로 매달 한번씩 진행됐던 보건의료단체장들의 모임도 최대집 집행부가 회무를 시작하고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것.

그만큼 그동안 타 직역에 대한 배려와 관심이 부족했던데다 유대관계의 형성에 소홀했던 것이 이번 국민 청원에 어느 정도 반영됐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간호계 한 관계자는 “평소 최대집 회장은 보건의료단체가 모이는 행사장에 함께 해도 인사조차 하지 않는다. 누가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겠냐”며 “심지어 이번 사건에 대해 의협에서 간호계에 협력을 요구하긴 했지만 그렇게 적극적이지는 않았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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