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병원 강규식 교수, 1,403명 분석 결과…“적절한 관리 필요, 일부로 만들 필요는 없어”

[의학신문·일간보사=오인규 기자] 비만이거나 과체중인 사람이 뇌경색을 더 잘 극복할 수 있다는 이른바 ‘비만 패러독스’의 원인이 뇌경색 발병 당시의 중증도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데이터 분석으로 증명됐다.

을지병원 신경과 강규식 교수팀은 2008년 4월부터 2015년 5월까지 을지병원에 입원한 뇌경색 환자 1403명의 허리둘레와 NIH(미국국립보건원) 뇌졸중 척도 점수를 분석한 결과, 뇌경색 환자 중 복부 비만이 있는 사람이 마른 사람과 비교했을 때 심한 뇌경색 증상을 나타낼 가능성이 60% 낮다는 결과를 도출했다고 30일 밝혔다.

NIH 뇌졸중 척도는 뇌졸중의 증상 및 증후가 얼마나 심각한지 나타내는 점수로 증상이 없는 0점부터 시작해 가장 심한 단계인 42점까지 나뉜다. 강 교수는 NIH 뇌졸중 척도가 4점 이하인 경우를 경도의 뇌졸중, 11점 이상인 경우를 중증의 뇌졸중으로 보고, 허리둘레와 뇌졸중 중증도와의 연관성을 연구했다.

가장 낮은 허리둘레(남자 80cm미만/여자 75cm미만)를 가진 환자와 비교하였을 때, 남자의 경우 90cm이상에서 중증의 뇌경색 증상을 보일 가능성이 60% 감소(교차비 0.4)했다. ▲85~89.9cm에서 30% 감소(교차비 0.7) ▲80~84.9cm은 반대로 30% 증가(교차비 1.3)로 허리둘레가 굵을수록 심한 뇌경색 증상을 나타낼 가능성이 줄어들었다.

여자의 경우, 82~88.9cm에서 중증의 뇌경색 증상을 보일 가능성이 60% 감소(교차비 0.4)하며 ▲89cm이상은 30% 감소(교차비 0.7) ▲75~81.9cm은 20% 감소(교차비 0.8)하는 결과를 보였다. 남자와 달리 여자는 비만보다는 과체중에 속하는 통통한 체격이 심한 뇌경색 증상을 나타낼 가능성이 가장 낮았다.

강규식 교수는 “이 연구에서 남자환자의 평균연령은 64세, 여자환자의 평균연령은 72세이다. 노인의 경우 저체중은 건강이 나쁘다는 지표일 수 있고, 오히려 약간 과체중인 것이 양호한 건강상태를 반영하는 것”이라며 “복부 비만이 있는 사람은 뇌경색이 발병했을 때 증상이 경미해서 회복이 더 빠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복부 비만은 뇌졸중 등 각종 혈관질환의 원인이 되는 것은 사실이므로 젊은 나이 또는 중년에 복부 비만이 있는 경우는 반드시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며 “가장 좋은 것은 복부비만이 없어서 아예 뇌경색이 발병하지 않는 것이다. 뇌경색 증상이 약하게 발생한다고 해서 일부러 복부비만을 만들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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