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일각 합법성 의문 제기…집행부서 사전 면밀한 검토 이뤄져야
복지부, "환자 청구권한 자체 없어 의협 선불제 투쟁은 불법" 지적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대한의사협회가 최우선 투쟁 방향으로 모색 중인 ‘선불제 투쟁’의 합법성 여부를 두고 의료계 내부에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당초 의협에서는 전국의사 총파업 이전에 불법이 아닌 ‘선불제 투쟁’부터 진행하기 위해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불법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

의협이 현재 추진하려는 ‘선불제 투쟁’은 요양기관의 청구대행을 중단하겠다는 뜻으로 환자가 직접 국민건강보험공단 측에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요양급여비용의 청구와 지급 등을 규정한 건강보험법 제47조 제1항을 살펴보면 ‘요양기관은 공단에 급여비용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로 돼 있다.

즉 급여비용 청구 주체가 ‘요양기관’으로 규정하고 있어 환자가 급여비용을 청구할 경우 건보법 위반의 소지가 높다는 지적이다.

의협 정성균 대변인<사진>은 지난 5일 임시회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재정의 이유로 심평원의 지침이나 복지부 고시에 의해서 진료 현장에서 진료가 진행되기 때문에 이 부분을 확실하게 국민에게 인지시키기 위해 선불제 투쟁을 계획하고 있다”며 “실손보험 형태로 어필하는 방법으로 잘못된 진료를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기획됐고, 이에 대한 방법론과 문제점이 주요 토론 내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변인에 따르면 이번 6월 중 열리는 온라인 토론회에서는 선불제 투쟁과 함께 다양한 투쟁방향에 대해 의견을 수렴할 예정으로 있다.

다만 선불제 투쟁의 경우 진료현장에서 충돌이 예상되는 만큼 국민들이 동참할 것인지에 대한 현실적인 부분도 고려해야한다는 점에서 내부적으로 심도 있는 의견 조율이 필요하다는 게 정 대변인의 판단이다.

이에 의료계 일각에서는 ‘선불제 투쟁’이 법적으로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과 상임이사회를 거쳐서 정 대변인이 발표한 것인지에 대한 절차상의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도대체 선불제 투쟁에 대한 의미도 모르겠고, 법적으로 가능한지도 의문”이라며 “의협 대변인 입에서 어떻게 저런 얘기가 나온게 된 것인지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자칫하면 불법적인 환자유인행위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상임이사회를 거쳐서 발표된 것인지 의심스럽다”며 “앞으로 의협은 충분한 법률 검토와 함께 상임이사회를 거쳐 보다 신중하게 발표했으면 한다. 그래야 의료계 내부적으로 혼란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복지부, 선불제 투쟁은 건보법 위반=보건당국에서도 의협의 선불제 투쟁은 건보법 위반이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복지부 관계자는 “환자가 청구 가능한 것을 의료기관이 대신해줘야 청구대행이다. 현행법상 의료기관만 청구가 가능하기 때문에 청구대행 용어부터 틀렸다”라며 “법에서 말하는 청구대행은 요양기관이 너무 영세해 전산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경우 등에 한해 의협과 같은 의료인단체에서 대신해서 청구하는 걸 의미한다”고 말했다.

즉 환자는 요양기관에 비용을 지불할 때부터 할인된 금액을 납부하기 때문에 현 시스템 상에서 청구권한 자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

이에 따라 의협에서 어떠한 경우의 수를 쓰더라도 선불제 투쟁은 전부 불법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판단이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나라 법령상 환자의 본인부담금과 비급여 외 추가금액은 받을 수 없는데 추가로 환자에게 돈을 받게 되면 당연히 처벌 대상”이라며 “환자들에게 본인부담금만 받고 나머지 금액을 환자가 공단에 청구하는 것도 의료기관은 처벌은 피하겠지만 공수표를 날리는 것이나 다름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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