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일산병원 양·한방 융합 뇌건강 클리닉 운영…각자 영역 존중 기반 동시 상담 실시

“치매, 건망증, 수면 장애 등 뇌건강과 관련해 의·한이 각자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최선의 융합진료를 시행하기 위한 하나의 목표를 세우고 시작한 것입니다. 각자의 의학에서 노하우가 밑바탕이 돼 조기 진단을 통한 치매 예방과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미죠.”

동국대학교일산병원 융합 뇌건강 클리닉 김광기 교수(사진 왼쪽)와 구병수 교수.

[의학신문·일간보사=정윤식 기자] 동국대학교 일산병원이 지난해 개소한 ‘동국대일산병원 양·한방 융합 뇌건강 클리닉’이 치매와 건망증, 수면장애 등의 뇌건강을 위해 작지만 의미 있는 걸음을 한발씩 내딛고 있어 주목된다.

동국대일산병원 융합 뇌건강 클리닉은 의학과 한의학의 경계를 허문 환자 중심의 융합 진료를 모토로 조기 진단을 통한 예방 및 치료, 뇌건강 통합 관리를 위해 탄생했다.

클리닉은 의·한 전문의가 동시에 한 장소에서 상담을 진행해 각자의 영역에 맞는 검사를 진행, 최적의 치료방침을 결정 한 이후 각자의 치료과정과 경과를 공유하는 특징을 지녔다.

클리닉을 이끌고 있는 전문의는 동국대일산병원 신경과 김광기 교수와 한방신경과 구병수 교수로 김 교수의 경우 서울의대를 졸업했으며 구병수 교수는 동국한의대를 졸업했다.

이처럼 출신도 다르고 보건의료계에서 다양한 직역 간 갈등의 중심에 있는 두 전문가가 의기투합한 이유는 무엇일까.

동국대학교 일산병원 신경과 김광기 교수

우선 동국대학교 일산병원의 탄생배경과도 관련이 있다.

동국대학교는 한방 의과대학이 먼저 생기고 난 이후에 의과대학이 생긴 전통을 갖고 있다.

이에 다른 병원에 비해 의·한 간의 의뢰에 큰 거부감이 없고 한 건물에서 진료 또한 하고 있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한은 교육 과정부터 분리돼 있고 치료 방법도 차이가 있기 때문에 서로의 전문 영역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다는 점 또한 강조한 두 교수다.

김광기 교수와 구병수 교수는 “하나의 병원에서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자는 차원에서 같이 진료를 하기로 의기투합했다”며 “둘 모두 전문 진료 분야가 치매와 기억 및 인지장애라는 점도 클리닉을 시작하기 수월하게 끔 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현 정부의 주요 정책 중 하나인 치매국가책임제를 염두에 두고 클리닉을 개소한 것은 아니라는 점도 설명한 두 교수다.

이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최선의 진료를 하는데 치매와 관련된 융합적인 모델을 만들자는 의미에서 시작한 것”이라며 “진단과 치료뿐만 아니라 관련 동물 모델 실험도 진행 중이며 데이터를 축적하면 활용 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주목할 부분은 융합 뇌건강 클리닉은 특별한 국가 지원이나 병원에서의 대규모 투자가 이뤄져 운영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김광기 교수와 구병수 교수는 정식 진료시간 이외에 별도의 시간을 할애해 일주일 1번 한 달간 총 8명~10명의 치매 환자들을 만나고 있다.

특히 두 교수가 한 공간에서 함께 동시 상담을 진행하고 기본 30분에 환자와 함께 동행한 가족 및 보호자들에 대한 면담도 실시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김 교수와 구 교수는 “치매라는 질환은 수면과도 연관이 있는 경우가 있고 오랜 기간 동안 환자를 알아야 하는 질환”이라며 “이 때문에 환자는 가족에게 가족은 환자에게 서로 끼치는 영향이 무척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동국대학교일산병원 한방신경정신과 구병수 교수

이들은 “서로의 심리상태와 건강상태가 치매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되며 이 때문에 장시간의 면담과 환자와 함께 보호자를 케어하는 것이 필수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의학적, 한의학적, 양 쪽 진료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야 한다는 의견도 건넸다.

이들은 “사실 진단에 있어서는 현대의학이 가장 정확할 수 밖에 없다”며 “치료 결정이 되면 각자의 의견을 공유하고 서로의 직역 침범 없이 존중을 기본으로 한 전문적 치료를 시행한다”고 언급했다.

비록 뇌건강과 치매에 국한된 클리닉이지만 의사와 한의사간의 직역 갈등은 여전히 부담스러워 조심스러운 입장을 고수한 이들이다.

두 교수는 “의·한이 모두 참여하는 치매관련 모델을 만들자는 공통된 의지 아래 클리닉이 1년이 넘도록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클리닉의 출발 자체가 강제적이지 않았다는 점, 순수하게 서로의 입장에서 치매 진단과 치료를 하려한다는 점, 동국대 일산병원의 특징이 의·한이 복합돼 있다는 점 등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서로간의 이해관계만 따졌다면 시작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사회적인 트렌드도 융·복합이고 실제 클리닉 환자들의 만족도도 의사와 한의사를 동시에 만나기 때문인지 무척 높다”고 언급했다.

두 교수는 융합 뇌건강 클리닉을 통해 치매 치료 만큼이나 중요한 치매 전 단계에서의 예방적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다짐도 확고히 했다.

이들은 “종합병원 수준에서 치매 예방을 하기는 사실 쉽지 않다”며 “치매 전 단계에서 고위험군, 저위험군 등을 분류하고 예방적 치료에 의·한이 협진을 할 때 더 큰 시너지가 발휘될 것이고 그 시너지를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데이터화 하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두 교수는 치매와 관련해 각자의 영역에서 노력하고 보완해야 할 부분들을 지적했다.

김광기 교수는 “치매 진단과 치료 사업에 대해 현 정부가 대처 및 준비를 굉장히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가족 상담료가 신설됐는데 아직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듯하고 이 외에도 투자 비용들이 조금 더 효율적으로 쓰일 수 있는 방안이 강구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구병수 교수는 “한방 같은 경우에는 비약물 진료법과 치료법이 우선 과학화돼야 한다”며 “정부의 지원 아래 과학화 연구가 이뤄져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지만 의·한의 장점이 섞여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클리닉 차원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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