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약물정보센터, 국회 간담회…“여드름 치료 성분 ‘이소트레티노인’ 기형유발 심각”

[의학신문·일간보사=오인규 기자] 임신예방프로그램 도입을 통해 가임여성과 임신부 그리고 태아의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정부가 관심을 가져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정렬 이사장(제일병원)이 발제를 하고 있는 모습.

임산부약물정보센터(이사장 한정열)는 지난 11일 국회의원회관 제3회의실에서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심각한 태아기형유발 약물인 이소트레티노인 등 관리를 위한 임신예방프로그램 도입 간담회를 개최했다.

중증 여드름 치료약의 성분인 이소트레티노인은 임신부가 복용하였을 경우 35%에서 기형이 발생하며 △안면기형 △신경결손 △심장기형 △귀 선천성 기형 △구순열 △선천성흉선결손증을 유발하며, 기형이 발생하지 않아도 60%에서 정신박약을 유발하는 매우 위험한 약물이다.

또한 임신을 하였을 경우 20%가 자연유산을 하며, 이 약을 복용한 임신부의 약 50%가 임신중절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더해 온라인상에서 버젓이 불법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을 정도로 쉽게 구할 수 있어 그 관리의 심각성이 크다.

임산부약물정보센터에서 최근 22,374건의 임산부를 대상으로 연구에 따르면 임신 중 이소트레티노인에 노출된 임산부는 650명(2.9%)로 나타났으며, 복용 나이는 29세에서 정점으로 18~46세까지 정규분포를 이루는 것으로 확인돼 나이가 많은 여성들에서도 사용빈도가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1인당 평균 18일을 복용하며 10년 이상 복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특히 이소트레티노인 반감기를 고려해 사용 중단 후 30일 이후 임신을 권장하는 상황에서 사용 중단 후 30일이 지나 안전한 시기에 임신한 경우는 137명(21.1%)이었고, 피임을 권장하는 기간인 사용 중단 후 30일 이내에 임신이 되어 위험에 노출된 임산부는 104명(16.0%), 그리고 임신 중 복용한 임산부는 409명(62.9%)으로 나타나 전체의 약 80%가 태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시기에 복용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통계는 우리나라 연간 1만 출생아 대비 3건의 임신부가 이소트레티노인에 노출되는 것으로 태아 건강은 물론 이로 인한 불법 임신중절(임신 중 노출되는 경우 50%가 임신중절)로 임신부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추정되며 초저출산 극복을 위한 정부의 안전 망 구축에도 커다란 구멍을 보이며 발목을 잡는 상황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이 약물의 규제를 위하여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소트레티노인 복용 가임 여성의 피임을 위한 위해성관리프로그램(Risk Management Program)을 제조 판매원인 제약회사에 맡기고 있어서 실효적인 유통 관리를 위한 제도적 체계가 절실한 상태다.

미국의 경우 2000년대 초반부터 임신예방프로그램(Pregnancy Prevention Program : PPP)을 통해 처방의사에 의해 환자를 등록하고 패스워드를 발급받은 후 지정된 약국의 약사에 의해서만 이소트레티노인을 구입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으며, 약물 복용 중 이중 피임과 복용 전후 임신여부검사를 필수로 하고 있다.

이소트레티노인 임신예방프로그램은 유럽연합과 영국, 호주 등의 의료선진국에서도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기동민 의원과 한정열 이사장은 “대한민국 가임여성과 태아 모두를 위험에 빠뜨리고도 남을 만큼 시중에 무분별하게 유통되는 태아 저격용 총탄이라 할 수 있는 이소트레티노인에 대한 법적 제제와 관리가 무엇보다 시급하다”며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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