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문 세브란스 교수팀, 골든타임 기준 재정립 연구결과 발표
뇌혈관측부혈류 순환 잘 되는 환자, 증상 발생 후 10시간까지 치료 효과 있어

[의학신문·일간보사=정윤식 기자] 급성허혈성뇌졸중 환자에게 실시하는 동맥내재개통치료의 ‘골든타임’ 기준을 재정립할 수 있는 연구 결과가 국내 의료진들로부터 나와 주목된다.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김병문 교수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김병문 교수팀과 전국 16개 병원 연구팀(연세대세브란스, 강남세브란스, 삼성서울, 건국대, 중앙대, 강동경희대, 고려대안암, 고려대구로, 한양대, 한림대강동성심, 부산대양산, 부산백, 일산백, 분당차, 가톨릭대성빈센트, 전북대)은 급성허혈성뇌졸중 환자 중 컴퓨터단층촬영(CT) 혈관조영술에서 뇌혈관 측부 혈류가 잘 순환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환자의 경우 뇌졸중 발생 후 10시간까지도 동맥내재개통치료 실시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27일 밝혔다.

기존에는 뇌졸중 발생 후 약 6시간 이내에만 동맥내재개통치료가 효과를 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맥내재개통치료는 최근 국제적 임상연구들이 인정하는 급성허혈성뇌졸중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대퇴동맥에 작은 도관을 삽입해 직접 막힌 뇌혈관에 접근해 뇌혈관을 막고 있는 혈전을 몸 밖으로 끄집어내는 치료법이다.

연구팀은 지난 2010년 9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동맥내재개통치료를 받은 만 18세 이상 환자 690명을 대상으로 임상 및 영상 자료를 수집해 동맥내재개통치료를 시행한 시점과 환자들의 3개월 후 회복 여부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CT 혈관조영술에서 뇌혈관 측부 혈류가 잘 순환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환자의 경우에는 6시간을 초과했더라도 최대 10시간 이내에 동맥내재개통치료를 받았다면 긍정적인 예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조건을 충족한 환자의 약 50%는 정상에 가깝게 회복된 것으로 확인된 것이 특징이다.

컴퓨터단층촬영에서(CT) 뇌혈류 측부 순환이 잘 이뤄진 환자들은(전체 환자의 85%) 증상 발생 후 10시간 안에 동맥내재개통치료를 받았을 때 50% 이상에서 정상에 가깝게 회복됐다.

일상 생활을 독립적으로 어느 정도 할 수 있는가를 판단하는 수정랭킹척도(mRS)로 환자들의 예후를 살펴보면 이를 좀 더 분명히 살펴볼 수 있다는 거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mRS0은 완전히 회복된 상태, mRS1은 경미한 증상은 있지만 일상 생활에 지장이 없는 상태, mRS2는 이전과 똑같은 일상 생활을 유지하지는 않지만 보조적인 도움이 필요하지 않은 상태를 의미하는데 통상적으로 mRS2까지 예후가 좋은 것으로 분류한다.

측부 혈류 순환이 잘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관찰된 환자군 중에서는 3시간 이내에 동맥내재개통치료를 받은 경우 mRS0이 43.4%, mRS1이 22.6%, mRS3이 11.3%로 나타났다.

3시간 초과 6시간 이내에 받은 경우 mRS0이 21.3%, mRS1이 21.9%, mRS2가 21.6%로 확인됐고 6시간 초과 최대 10시간 이내에 동맥내재개통치료를 받은 환자의 경우 mRS0이 15.8%, mRS1이 25.4%, mRS2가 19.3%으로 분석됐다.

반면 10시간 이후 환자군에서는 동맥내재개통치료가 유의미한 효과를 보이지 못하는 것으로 관찰됐다.

아울러 뇌혈관 측부 혈류 순환이 좋지 못한 환자들의 경우에는 증상 발생 후 6시간 이후에 동맥내재개통치료를 받은 경우는 물론이고 3시간만 초과해도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뇌혈관 측부 순환이 잘 이뤄진 환자들의 동맥내재개통치료 예후(위쪽)와 그렇지 않은 환자들의 동맥내재개통치료 예후(아래쪽)

이번 연구로 병원에 도착한 시간이 다소 늦더라도 동맥내재개통치료를 받고 회복하는 환자가 대거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 연구팀의 강조다.

실제 연구 대상 환자 중 약 85%는 뇌혈관 측부 순환이 잘 발달된 환자군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

이와 관련 김병문 교수는 “이 기준을 적용할 경우 동맥내재개통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자가 2배 이상으로 증가할 것이라 기대한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증상 발생 후 다소 시간이 흘러 병원에 도착한 환자라도 동맥내재개통치료를 받고 회복 가능성을 크게 높일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신경학·신경외과·정신의학 저널(Journal of Neurology Neurosurgery and Psychiatry)에 최근 게재됐으며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진흥원의 국민건강임상연구사업단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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