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적 협진 통한 복합 질환 환자 심층 진료 강화 목적…의료원 아래 하나의 분과로 출발
장양수 내과부장, 통합적 수련의 교육 및 입원전담전문의 제도 안정화 디딤돌 기대

[의학신문·일간보사=정윤식 기자]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이 국내 최초로 의료원 안에 하나의 별도 분과로 만든 ‘통합내과’가 순항하고 있어 주목된다.

세브란스병원 내 기존 분과 전문의들의 이해과 공감 아래 출발한 ‘통합내과’의 신설 계기와 목적은 명확하다.

분과체제의 문제점을 극복하겠다는 것과 환자 심층 진료로 만족도를 높이고 입원전담전문의 제도의 안정화를 꾀하겠다는 것.

연세의료원 장양수 내과부장(내과학주임교수)이 '통합내과' 신설의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대한민국만 유일하게 일반내과 없이 모두 분과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장기나 질환에 따라 촘촘하게 세분화 된 분과 중심체제로 운영되는 것은 높은 정밀성을 지니지만 인체 구조에 따른 통섭(統攝)적 진료에는 한계를 보이죠. 증상과 증상을 연결시켜 살폈던 일차의료 기능의 내과 설립 본질을 수행하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그것입니다.”

지난 21일 장양수 내과부장(내과학 주임교수)과 통합내과의 초대 과장을 맡은 안철민 교수, 신동호 진료전담 교수가 본지(일간보사·의학신문)와 만나 밝힌 통합내과의 신설 이유다.

장양수 부장은 종합적이며 효율적인 환자 관리 체계를 보다 넓은 관점에서 구축하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장양수 부장은 “환자를 전체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내과에서는 필요한데 이 부분을 가르치는 능력이 점차 상실되고 있다”며 “교수들이 다른 과를 보지 못하는 것이 아닌데 안보기 시작하니까 시간이 지나면 그 시각을 잃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미시적 접근인 분과중심체제에 더해 거시적 안목의 접근법인 통합내과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의미다.

■ 첫 번째 목적, 환자 치료를 위한 컨트롤 타워 및 응급진료센터 내 마에스트로

통합내과는 종합적 환자 치료를 위해 출발한 ‘컨트롤 타워’라는 점을 부각한 안철민 교수다.

이는 복합적 질환을 지닌 환자를 위해 내과 내부의 분과들은 물론 다른 임상과와의 협진을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아울러 특정 분과로 분류할 수 없어 치료가 지연되는 환자를 관리함으로써 분과 중심 체제에서 발생 가능한 누수현상을 줄이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라는 점을 안철민 교수는 강조했다.

통합내과 초대 과장을 맡은 안철민 교수가 통합내과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설명 중인 모습.

안철민 교수는 “통합내과는 무엇보다 환자 안전과 치료 효과 증대에 설치 목적을 두고 있다”며 “복합적인 증상을 보이는 중증 환자들에 대한 종합적 진료를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 교수는 이 같은 통합적인 검사 및 처방으로 과잉·중복 진료를 막고 안전성과 진료 효율성을 함께 증대 시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통합내과의 유용성은 이미 활동 중인 응급진료센터에서부터 발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급실 전담 진료교수가 중심이 돼 치료방향이 모호한 환자의 치료흐름을 개설해주고 2개 분과 이상의 혼합된 질환의 환자라면 각 분과와 긴밀하게 연락해 입원 여부를 결정하되 조정이 어려울 경우 통합내과가 자체적으로 직접 입원 시켜 빠른 치료 타이밍을 유지하는 시스템이다.

안철민 교수는 “환자 입원 이후에는 주요 문제가 나타나면 빠른 협의 진료로 치료 방향을 설계함으로써 응급의학과와 내과 전공의를 넘어 다른 임상과와의 협력이 효율성을 지니도록 유지하는 것도 포인트”라며 “응급환자와 입원환자 진료에 대한 내과적 책임을 통합하는 기능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협진이 필수적이거나 특정 분과에 속하는지 불분명한 환자에 대해 보다 빠른 대응이 가능해지기에 응급진료센터 과밀화 해소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덧붙였다.

■ 두 번째 목적, 내과부의 진정한 교육자 역할과 입원전담전문의 제도의 안정화

수련의 교육과 입원전담전문의 등 의료진 관리와 교육도 통합내과가 담당하는 중요한 역할 중의 하나라는 점도 강조됐다.

즉, 세밀한 분과 위주의 교육을 받아왔던 수련의들에게 통합적인 진료 지침을 제공해 의료를 적용시키는 폭을 넓히겠다는 의지다.

통합내과 신동호 진료전담 교수가 통합내과의 목적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신동호 교수는 분과별로 불필요하게 성행했던 교육 부담을 감소시킴으로써 분과에 적합한 시술과 진료, 연구에 집중하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신동호 교수는 “기존 분과 교수들도 1년에 4주~8주의 로테이션 순환 참여를 통해 분과 교수 입장으로서 다양한 의견을 내고 통합 내과를 발전시킨다면 일차의료를 감당할 수 있는 의사들을 위한 컨퍼런스와 토의들이 좀 더 심층적으로 실시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특히 최근 의료 환경의 변화 속에서 반드시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직업적 안정성 미비와 정체성 혼란으로 인해 정착이 쉽지 않은 ‘호스피탈리스트(입원전담전문의)’의 확대에도 디딤돌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 신동호 교수다.

신 교수는 “통합내과가 입원전담전문의에 대한 역할 규정, 배치도 수행할 것”이라며 “세브란스는 지난 1년 간 입원전담전문의의 역할을 분석하고 개선 방향을 지속적으로 논의해왔다”고 말했다.

이에 세브란스병원은 입원전담전문의를 통합내과 소속 정식 직제로 포함시켜 근무와 교육에 있어서 안전장치를 부여해 준다.

통합내과에서 입원전담전문의를 각 분과로 파견 보내는 형식을 취해 혹시라도 분과 내에서 입원전담전문의와 관련된 분쟁이 발생했을 시에는 이를 조정하는 역할까지 맡는다는 의미다.

신동호 교수는 “결국 우리나라도 입원전담전문의를 의료계의 전문 직종으로 키워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안정성과 비전이 가장 중요한 만큼 통합내과에서 입원전담전문의를 티칭(Teaching)트랙과 넌티칭(Non-Teaching)트랙으로 나눠 티칭 트랙일 경우 임상 교수의 길로도 갈 수 있도록 교육해 내과 질환 전문가로 양성하겠다”고 덧붙였다.

세브란스병원 통합내과 의료진들. 사진 왼쪽부터 신동호 통합내과 교수, 김문현 전공의, 장양수 내과부장, 안철민 통합내과장, 은성호 전공의, 윤민성 전공의, 송주한 호흡기내과 교수.

한편, 세브란스병원 통합내과는 현재 외래 베이스가 아닌 응급실 베이스로 운영되고 있다.

통합내과는 총 9인(장양수 교수, 안철민 교수, 신동호 교수, 협력교수 1인, 전공의 5인)으로 출발했으나 향후 입원 전담 교수와 응급진료센터 진료 교수를 확충·관리해 내과의 각 분과 교수를 순환 참여시킴으로써 20명 이상의 소속 의료진이 약 250병상에 달하는 입원실 규모를 관리·감독 할 계획이다.

장양수 부장은 “3월 1일부터 운영돼 한 달도 채 되지 않았지만 환자들과 전공의들의 만족도가 굉장히 높다”며 “환자들은 응급실에서 거부당할 일이 없었고 전공의들은 환자를 두고 어느 과로 보낼지를 깊게 고민하지 않아도 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장 부장은 이어 “각각의 분과는 세부적인 진료, 시술, 연구, 전문적 수련을 맡아 충실하게 수행하고 통합내과는 학생교육, 전공의 수련, 입원전담전문의 관리, 기존 전문의들의 일차의료에 대한 재교육 분야를 담당한다면 균형 잡힌 내과전문의 활동이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며 “세브란스 내과의 분과 의료진들이 모두 공감하지 않았다면 불가능 했을 일”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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