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징금 사용도 쪼개고 쪼개고…우선순위 없인 재정 파탄

[의학신문·일간보사=안치영 기자] 최근 입법예고된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개정안을 살펴보면 기존에 건강보험 과징금 수익을 건강보험재정과 응급의료기금이 5:5 비율로 나눠쓰던 방식에서 재난적의료비 계정이 추가돼 각각 50%, 35%, 15%로 나눠 쓰는 내용이 추가됐다.

법(재난적의료비 지원에 관한 법률)에 명시된 사항이긴 하지만, 건강보험 과징금 용도별 지원 항목에 재난적의료비가 추가되면서 건강보험 재정과 응급의료기금재정의 양보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결론적으로 재난적의료비는 15%를 받는데 그쳤고, 이 15%는 응급의료기금이 손실을 감수했다. 당장 응급의료기금은 기획재정부와 손실예상치에 대한 대책을 올해 마련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건강보험은 기존의 50%를 유지했다. 금액 자체가 작긴 하지만(과징금 총액 2017년 기준 181억원 수준) 혹시라도 건보재정이 줄어든다는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용도별 지원 비율을 그대로 유지했다.

이와 같이 ‘한정된 재원을 잘게 쪼개는’ 상황은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보건의료분야를 복지의 측면에서 바라보기 시작하면 재정 사용의 합리성보다는 ‘지원 대상‧수혜자 등에 대한 정책 명분’이 우선시되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근거와 과학적 판단, 실물 가치 기반으로 하는 보건의료분야 사고방식으로는 상당 부분 거리가 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점이 바로 우선순위 배분이다. 국가 차원에서 재원 배분 기준이 확립돼있다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사회는 각계각층이 생존권부터 편의‧편익 증진, 삶의 질 개선까지 상호 비교할 수 없는 여러 가치들을 등에 업고 지원해달라고 하는 상황이다. 즉, 재난적의료비 이후 또다른 패러다임을 가진 재원투입사업이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응급의료기금은 응급의료환자, 건강보험은 환자를 위한 재원이다. 총 사업액에 비해 금액 자체가 작다고는 하지만 과연 ‘누구의 혜택을 뺏어서 누구한테 주겠다’고 하는 방식이 언제까지 가능할까? 분명한 것은 의료계 대부분의 관계자들은 ‘뺏기는데’ 염증이 나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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