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보장성 강화, 의료비 감소 불확실…보험자(재정) 부담금은 필연적으로 증가

[의학신문·일간보사=안치영 기자] 정부가 추진 중인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대한 각계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불확실한 의료비 감소 효과를 위해 필연적인 재정 부담 증가가 예상된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최근 발간한 ‘보건복지포럼 2월호’에서 이은경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은 ‘건강보험 재정의 현황과 정책과제’ 보고서를 통해 건강보험 재정이 당면한 가장 큰 부담 요인으로 정부의 보장성 확대 정책을 꼽았다.

이은경 연구위원은 “국민이 전액 부담했던 비급여를 급여 항목으로 전환해 정부가 정한 가격(수가)에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면 국민의 의료비 부담은 감소하지만 보험자(정부) 부담은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전제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기존 비급여 서비스 가격보다 급여화된 후 수가가 낮아진다면 공급자들이 수익 보전을 위해 다른 종류의 비급여를 창출하는 풍선 효과가 발생하게 되어 보장성 강화 계획이 반드시 국민의 의료비 부담 감소로 이어지지는 않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즉 정부의 보장성 강화 계획과 의료비 부담 감소가 정책적 목적으로는 일치되지 않는다는 것이 보고서의 설명이다.

이같이 의료비 부담 감소가 불확실한 반면, 건강보험 재정이 입을 수 있는 타격은 현 상황에선 불가피하다는 것이 이 위원의 입장이다.

이 위원은 “새롭게 신설되는 급여서비스의 보험자 부담, 그리고 급여 중 본인부담률이 낮아지는 서비스의 본인부담금 경감분만큼 보험자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보험자 부담금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의 설명은 지불체계와 전달체계, 수가체계 등 재정 건전화 방안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계획에 명시돼있지 않은 상황을 고려한다면 ‘불확실한 혜택’을 위해 ‘확실한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암시한다.

게다가 재정 건전화의 출발은 서비스 제공자, 즉 의료계의 수익 감소를 담보로 할 수밖에 없다. 현재 보건의료 서비스업 관련 종사자들이 80만명에 육박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는 이들의 수익 의존도를 건강보험 재정에 더욱 치중하게 만들고, 재정 건전화를 통한 재정 총지출의 감소는 종사자들의 수익과 직결된다.

제로섬 게임의 재편 – 누가 손해를 볼 것인가

결국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는 환자를 포함한 보험 가입자, 서비스 제공자 간에 누군가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제로섬 게임을 ‘재화 재분배를 위한 재편’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단기보험의 성격이 짙은 건강보험 재정은 재투자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재정시스템으로 보험금을 모아서 환자에게 재분배해 서비스료를 지불하는 구조다. 외부에서 유입되는 금액은 정부 지원금이 거의 유일하며, 이 또한 보험 가입자로 대변될 수 있는 ‘국민’ 세금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복지부가 수가 개편을 위해 항상 내세우는 ‘재정 중립성’ 원칙은 비급여를 포함, 현재 수가 수준 혹은 그 이상의 수가 책정을 하겠다는 의미인데. 이는 필연적으로 보험 가입자의 부담을 증가시킬 수밖에 없다.

결국은 ‘저부담-낮은 보장성’에서 벗어나 ‘중부담-높은 보장성’을 담보할 수 있는 컨센서스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정부와 의료계 관계자들의 입장이다. 특히 이들은 오는 9월 예정된 ‘제 1차 건강보험 종합계획 수립’에서 중장기 재정 계획을 짜임새 있게 구성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은경 연구위원은 “건강보험 종합계획에서 중장기 재정 전망을 시행하고 점검할 때, 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이 중심이 되겠지만 보건, 의료, 재정, 정책, 제도, 행정 등 다양한 전문가 풀을 구성하여 폭넓은 관점에서 논의가 진행되기를 바란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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