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법 9년전 발의해 6년전 시행…취업제한 조치는 과도
짧은 재임기간 굵은 족적…‘제약산업=국민산업’ 발상전환 인상적

[의학신문·일간보사=김영주 기자]한국제약바이오협회 원희목 회장이 29일 자진 사퇴를 표명했다. 협회 이사장단회의는 고심 끝에 이를 수락했다. 이로써 원 회장은 취임 11개월 만에 중도 하차하게 됐다. 아직 1년여의 임기를 남겨둔 채다.

원희목 회장의 사퇴 표명은 지난달 22일 있었던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결정에서 비롯됐다. 윤리위는 원희목 회장의 협회장 취임이 적법하지 않다고 결론 내렸다. 국회의원 이었던 지난 2008년 그가 대표발의한 ‘제약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문제였다. 입법활동이 협회 업무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는 판단아래 협회장 취임을 문제 삼은 것. 원희목 회장은 소명 자료를 내며 재심을 신청했으나 최근 기각으로 결정 나자 법적대응 대신 자진 사퇴의 길을 택했다.

원희목 회장은 윤리위의 첫 결정 때만해도 그 심각성을 깊게 인식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도 그럴 것이 9년 전(2008년) 발의됐고, 6년 전(2011년) 제정된 법(제약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취업제한의 이유가 될 것으로는 생각지 못했던 것.

원 회장의 입장에선 아쉽고 억울하나 수용키로 했다. 그는 윤리위 결정 수용의사를 밝히면서 그 경위 및 그동안의 소회를 담은 입장문을 발표했다. 그는 입장문에서 “사업자 단체의 수장이 정부 결정에 불복해 다툼을 벌이는 것은 어떤 경우에서건 그 단체에 이롭지 않다”며, “이유가 어떻든 조직에 누를 끼쳐가면서까지 자리를 지키는 것은 옳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심경을 밝혔다.

원희목 회장은 짧은 재임기간(약11개월)에도 굵은 족적을 남겼다. 서울약대 출신으로 대한약사회장을 연임하고, 국회의원까지 지낸 그는 회장 취임의 변을 통해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직을 마지막 공직 삼아 그동안의 경험과 열정을 산업 발전에 쏟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남과 같지 않은 방법으로 산업계의 변화를 추구했다. 우선 제약산업을 국민산업으로 정의했다. 국민의 건강권을 최우선 가치로 두는 사회안전망 역할을 하는 산업이자, 미래먹거리 산업임을 부각시킨 것. 이는 이후 새정부 출범 및 100대국정과제 선정에서 육성해야 할 신산업에 제약바이오산업이 포함되는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도 달랐다. 비상근 임원 임명을 통한 산업계 내,외 전문성 확보 등도 과거에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 윤리경영과 관련해선 입장이 분명했다. ISO-37001(부패방지 국제표준) 도입을 통해 더욱 엄격한 도덕적 잣대로 윤리경영을 평가하도록 했다. 특히 회원 제약사들의 글로벌 진출을 위해 세계 곳곳의 정부 및 단체와 MOU 등을 적극 추진하는 등 노력해 왔다. 협회 사무국 조직개편 및 순환보직 시행, 인원 확대, 리모델링을 통한 분위기 쇄신 등도 그의 재임기간 이뤄진 성과이다.

제약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은 비록 그의 조기퇴진의 원인이 됐지만 그의 자부심이자 자랑거리 이다.

그는 “특별법의 발의 배경 또한 “제약산업은 국민산업이다”는 명제와 같다. 리베이트를 없애고, R&D를 통한 신약개발로 글로벌 경쟁에 당당히 나설 때, 대한민국의 제약산업은 살아남을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이 문제의식을 법에 담았다“고 밝혔다.

특별법은 올해로 시행 7년차로 접어들고, 제2차 ‘제약산업육성발전 5개년 계획’이 시행에 들어가고, 네번째 ‘혁신형제약기업 인증’을 앞두고 있다. 특별법은 이제 제약산업 육성발전의 제도적 틀로 확고히 제 자리를 잡았다.

원희목 회장은 입장문에서 “취임 2년차인 올해부터는 가시적인 결실을 거둘 수 있도록 본격적으로 뜀박질을 시작하려고 신발끈을 조이고 있었다”는 말로 중도에서 멈춰야 하는 데 대한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의 퇴진은 개인적 아쉬움을 넘어 산업발전 측면에서도 적지 않은 손실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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