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 소방관 정신질환 및 위험요인 조사 실시…스트레스 감소 프로그램 개발 필요

[의학신문·일간보사=정윤식 기자] 소방관의 직무스트레스가 높고 회복탄력성이 낮을수록 우울증과 알코올 사용 장애가 심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분당서울대병원 공공의료사업단 김인향 교수(사진 왼쪽)와 김정현 교수.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공공의료사업단 김인향·김정현 교수팀은 최근 경기도 소방공무원 7151명을 대상으로 소방관의 정신질환 및 위험요인을 확인하기 위해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 소방관의 직무 스트레스와 회복탄력성이 우울증 및 음주 문제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했다.

실제 소방관은 직업적 특성상 항시 회상에 노출될 수 밖에 없는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우울증 및 알코올 사용 장애 등 각종 정신질환에 걸릴 위험성이 일반인에 비해 최대 10배 가까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이유로 소방관의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도가 제고되고 있지만 국내외적으로 소방관의 정신건강에 관한 연구는 극히 제한적인 것이 사실이며, 때문에 소방관의 정신질환에 대한 위험요인 및 보호요인을 밝혀내 질환이 발생하기 전 미리 예측하고 예방하기 위한 노력 시급해 조사를 실시했다는 것이 교수팀의 설명이다.

분석 결과 우울장애와 알코올 사용 장애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은 직무 스트레스와 회복탄력성으로 나타났으며 직무 스트레스 점수가 1 증가할수록 우울장애 점수는 0.006점, 알코올 사용 장애 점수는 0.005점 증가했음이 확인됐다.

반면 회복탄력성 점수는 1 증가할수록 우울장애 점수가 0.147점, 알코올 사용 장애 점수는 0.069점 감소한 결과를 보였으며, 설문조사에 참여한 7151명의 소방관이 지난 한 해 경험한 외상 사건은 평균 9.5회였다.

즉, 기존에 정신과적 질환을 갖고 있지 않은 소방관이라도 직무 스트레스와 회복탄력성에 따라서 우울장애, 알코올 사용 장애에 대한 취약성이 상당히 증가한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

김인향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직무 스트레스를 줄이고 회복탄력성을 증진시키면 우울장애와 알코올 사용 장애와 같은 정신질환을 예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소방관은 그 누구보다 직무 스트레스가 높은 만큼 근무 여건 개선에 관심을 두면서 발생 가능한 정신질환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회복탄력성을 증진시키면 직무 스트레스 감소 효과를 볼 수 있는 만큼 회복탄력성을 증진하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개인마다 타고난 회복탄력성의 정도는 다르지만 운동을 꾸준히 하면 근육을 강화할 수 있듯이 충분한 휴식과 여가, 규칙적인 운동, 긍정적인 태도와 같은 훈련을 통해 회복탄력성을 향상시키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분당서울대병원 공공의료사업단 나기영 부단장 또한 “소방관에게 발병하는 우울장애와 알코올 사용 장애를 예방하는 것은 국민의 안전 및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라며 “앞으로도 소방관의 건강과 관련한 다양한 연구를 통해 소방관의 건강증진, 나아가 국민 전체의 건강증진에 기여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인 세계기분장애학회 공식 학회지(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에 최근 게재됐으며 교수팀은 이번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소방관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회복탄력성을 증진시킬 수 있는 치료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데에도 노력할 예정이다.

한편, 분당서울대병원 공공의료사업단은 경기도 재난안전본부와의 협약을 통해 지난해부터 경기도 소방공무원을 대상으로 정신건강증진사업을 실시하고 있으며 지난 한 해 동안 정신건강 고위험군에 대한 239건의 진료, 91건의 심리검사, 23개 소방서 정신건강 순회 교육, 경기도 소방학교 교육 등의 활동을 펼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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