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법 “심박동수 미측정 과실 있지만, 사망으로 이어졌다는 명확한 인과관계 없어”

[의학신문·일간보사=오인규 기자] '자궁 내 태아사망'으로 8개월의 금고형을 선고받은 산부인과 의사 A씨가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인천지방법원은 10일 열린 산부인과 의사 A씨의 항소심에서 주의의무를 위반해 자궁 내 태아가 사망했다며, 과실치사죄를 적용해 금고 8월형을 내렸던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 판결을 선고했다.

이날 법원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감정서를 토대로 앞서 논란이 됐던 무통주사 이후 약 1시간 30분 동안 심박동수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과실은 인정했지만, 이로 인해 태아의 사망으로 이어졌다는 명확한 인과관계는 살펴볼 수 없다며 A의사의 손을 들어줬다.

먼저 재판부는 미국소아과학회와 미국산부인과학회는 정산 임산부의 경우 분만진통 1기에 최소 30분 간격으로 자궁 수축과 태아 심박동을 확인하도록 권고하고 있다며, 진통 중 태아심박동을 모니터링하는 이유는 태아의 신호를 조기에 감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 신생아 사망률을 줄이는 것이라고 과실이 있음을 설명했다.

하지만 “태아의 심박동수 감소를 발견하고 수술을 시행했다고 하더라도 태아의 사망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자궁 내 태아 사망의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실제로 원인 불명인 경우가 많고 이 사건의 경우에는 태아의 부검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태아의 정확한 사망 원인도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

또한 "태아 심박동수 감소가 발견되고 그것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제왕절개수술을 시행했을 거라고 보여진다”며 태아 심박동수 감소를 발견한 후 제왕절개수술을 결정했더라도 소규모의 산부인과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피고인이 제왕절개 수술을 시행하기 위해선 수술 준비 등 약 1시간가량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태아 사망의 구체적 원인, 사망시각을 알 수 없는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앞서 본 권고인용에 따라 태아심박동수를 측정했더라도 태아의 사망을 막을 수 없었을 가능성이 보여지고, 제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의 잘못과 태아의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에 부족하며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 판결을 선고했다.

한편 이번 판결에 대해 추무진 대한의사협회장은 “무죄 선고를 환영한다. 그동안 산부인과의사회를 비롯해 의협 집행부는 억울함을 풀기 위해 탄원서와 법률지원 활동을 펼쳐왔다”며 “의협은 다신 전문적 의료분야에서 잘못된 판단이나 감정으로 피해를 보는 마음 아픈 일이 생기지 않도록 지속적 관심을 갖고 제도 개선과 법률문제에 대해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판결에 대해 의권을 침해했다는 날 선 외침과 함께 서울역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기도 했던 김동석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도 환영에 입장을 내비쳤지만 동시에 지난 1심 판결에 대한 진한 아쉬움도 전했다.

김동석 회장은 “1심이 너무 과했고 사회적 파장도 너무 컸다. 모니터를 한다고 해서 태아 생명을 연장시키거나 예후가 좋아진다는 말은 미국에서도 없다”며 “의사가 고의로 모니터링을 떼겠나. 분만 전공의가 없어지는 세상에서 환자-의사 불신만 높아지는 판결이었다. 의사 입장에서는 환자 보는게 무섭다”고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는 사자성어를 남겼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