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보건의료 육성전략 과제

VR, 재활기구에 결합되면 최적치료 제공
가상현실이 재활치료에 적용되면 공간·시간 제약 극복
AI·빅데이터·로봇 융합되면 재활치료시스템 혁신 기대

이주강
길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의학신문·일간보사]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은 ‘실제가 아니지만 실제와 유사한 인공환경’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사용자의 감각에 직간접적으로 작용해 실제에 근접한 공간적, 시각적 체험을 할 수 있는 기술이다. 컴퓨터 게임업계에서 이러한 가상현실 기술의 상업화에 가장 먼저 발을 들여놓았고, 다양한 게임이 개발돼 상용화됐고 발전하고 있다. 가상현실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점차 우리 실생활에 적용되고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가상현실 적용의 훌륭한 예로 스크린골프를 들 수 있다. 골프장에 직접 가지 않아도 원하는 시간 아무 때나 그리고 동료가 직접 오지 않아도 원격으로 참여해 가상현실로 구현된 세계최고의 골프장에서 골프를 칠 수 있다. 즉 가상현실 기술을 이용하면 시간, 공간적인 제약이 거의 없이 원하는 활동을 수행할 수 있다. 스크린 골프 외에도 가상현실 기술이 이전부터 사용되던 분야는 비행훈련, 자동차나 열차훈련 등의 전문비행사, 조종사 훈련프로그램이 있다.

질병이나 사고로 몸이 불편해진 환자들을 위한 재활치료 분야에서도 가상현실을 이용한 재활치료시스템을 적용해 보려는 시도가 크게 늘고 있다. 가상현실기술이 재활훈련기구에 결합되면 다양한 환경의 훈련이 가능해지고, 힘들고 지루한 재활과정이 한결 나아질 것이다. 아직은 초기단계이지만 최근에 가상현실 게임이 포함된 재활훈련기기가 나오고 있다. 특히 보행치료와 상지운동치료에 게임이 적용된 기기가 있다.

가상현실기술이 보행로봇 등의 첨단 보행치료기구에 본격적으로 결합이 되면 치료실에서 단순하게 걷기운동만을 하던 현실에서 계단, 야외, 실내, 실외, 경사로 등 다양한 환경에서 환자 개개인별로 최적화된 치료가 제공될 것이다. 특히 현재 가상현실업계에서 흔히 사용되는 게임요소가 가미되면 지루하고 힘든 재활훈련이 비디오게임을 하듯 재미있는 과정으로 전환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필자도 최근에 뇌손상환자를 위한 편측무시 증상을 치료하기 위한 인지훈련 프로그램을 개발, 환자에게 적용해보고 있다. 아직 연구단계이지만 가상현실을 이용한 재활치료기구 개발이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 활발히 시도되고 있다.

병원 안에서 이뤄지는 훈련만으로 재활을 완성할 수는 없다. 재활이란 장애를 가진 환자에게 주어진 여건에서 최적의 의료적, 사회적 치료와 훈련을 통해 최선의 상태로 사회에 복귀시키는 과정을 말한다. 즉 재활의 궁극적 목표를 한마디로 하면 ‘사회복귀’이다.

따라서 병원 안에서뿐만 아니라 가정과 사회에서의 훈련이 재활과정을 완수하는 데에 아주 중요하다. 재활치료의 어느 단계가 되면 재활치료실을 벗어나서 가정과 사회에서의 실제 훈련을 시행해야 한다.

그러나 공간적, 시간적 제약이 있는 병원환경에서 독립적인 이동과 활동이 어려운 재활환자의 특성상 병원외부 또는 치료실 외부로 출입이 어렵다. 또한 우리나라의 의료환경에서 재활의료의 전문가가 병원외부로 동반하여 환자의 사회복귀훈련을 시켜줄 수 있는 여건을 갖추기는 어렵다.

인지기능 질환 치료를 위해 3차원 가상 현실을 이용하는 정보 제공 방법 및 시스템 도면.

가상현실이 재활치료에 적용되면 이러한 공간과 시간의 제약을 상당부분 극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뇌졸중이나 치매 등 뇌에 병이 생겨 기억력, 판단력 등의 인지기능에 장애가 생긴 환자의 경우 퇴원해 집으로 가려고 할 때 환자의 독립적인 생활능력을 테스트해보고 훈련하기 위해서 가장 좋은 방법은 환자의 집에서 환자의 생활능력을 테스트해 보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현재 일부 예외적인 재활병원에서 퇴원에 대비한 모의훈련을 할 수 있는 집안시설과 사회환경을 만들어 시도하고 있으나 상당히 제한이 많다. 가상현실기술이 적용되면 이를 상당부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환자의 집안 환경을 가상현실로 구현하고 이 안에서 환자가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지 평가하고 필요한 부분을 훈련해 주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집안에서의 이동은 안전하게 할 수 있는지, 화장실 이용은 혼자서 가능한지, 요리 또는 식사 차리기와 스스로 먹기가 가능한지,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서 전화 등을 이용한 적절한 도움요청이 가능한지 등 집안생활에 필수적인 요소들은 안전하고 비교적 간단하게 평가할 수 있다. 그리고 환자에게 특히 중요하고 부족한 부분을 확인해서 환자의 집안환경과 똑같은 상황에서 집중 훈련할 수 있다.

우리나라 현실에서 심한 장애뿐만 아니라 장애의 정도가 크지 않아도 퇴원 후 직장에 복귀하는 것은 여전히 힘든 경우가 많다. 사회여건의 개선이 필수적이지만 재활치료의 측면에서도 환자의 직업복귀를 위한 재활치료에 가상현실 기술이 적용되면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개개인 환자의 직장환경과 업무프로세스를 반영한 가상현실 직장을 구현해 그 안에서 환자의 수행정도를 평가하고 필요한 재활훈련을 맞춤형으로 구성해 시행하면 환자가 직장에 복귀하는 데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집과 직장을 이동하기 위한 가상현실 모의운전 훈련시스템도 필요하겠다. 앞으로 무인자동차 기술이 발달하면 병원에서 무인자동차 이용에 관한 재활훈련이 필요해질 수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노령화로 인해 뇌졸중과 치매 등의 인지기능 저하 노인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신생아 감소와 더불어 커다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어 국가차원의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치매와 뇌졸중 등 인지기능저하환자의 문제는 초기에는 인지기능저하로 인해 점차 직장과 사회생활에 문제가 생겨 유지가 안되는 것이다. 병이 진행하고 노화가 진행함에 따라 점점 일상생활능력에도 문제가 생기고 결국 가족이 돌보기 힘든 상황이 되어 요양원 등 시설에 입소하게 된다.

가상현실을 통한 인지훈련프로그램은 이런 환자들을 위해서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가상현실 사회공간에서 타인과 어울리고, 활동하는 훈련시스템이 기술이 발달할수록 유용하게 사용될 것이다. 또한 좀 진행된 환자의 경우 가상현실로 구현된 집안에서 일상생활을 하며 문제점을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훈련방법을 찾아 재활훈련을 시행하면 가장 효과적일 것이다. 특히 타인의 조언과 지시가 필요한 경우에는 인지지능기술이 결합된 가상현실환경은 재활치료를 아주 효과적으로 만들어 줄 가능성이 크다. 즉 최근 유행하는 초기단계의 인공지능비서프로그램이 발달하여 환자에게 적용되면 최적화된 일정과 일상생활요령을 알려주고 도와줌으로서 간병인의 도움없이 일상생활을 최대한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이상과 같은 환자맞춤형 재활치료를 위한 가상훈련시스템이 현실화되기 위해서 첫째, 쉽게 환자의 집과 직장 등을 가상현실로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의 발전이 필요하다. 현재는 좋은 가상현실 환경을 구현하기 위해서 많은 개발인력의 노력과 그에 따른 비용이 필요하다.

둘째, 가상현실기술이 재활로봇기술과 인공지능기술, 빅데이터 기술과 결합하면 한 단계 더 발전한 가상현실 재활훈련시스템이 될 것이다. 또한 훈련뿐만 아니라 장애를 극복하는 도구로 개발되면 혁신적인 재활시스템이 만들어 질 수 있을 것이다.

가상현실, 로봇, 인공지능, 빅데이터는 최근 주목받는 4차산업혁명의 키워드들이다. 이러한 기술이 융합되어 적용되는 미래의 재활치료시스템을 꿈꾸어 본다. 아마도 장애를 가진 환자들에게 ‘멋진 신세계’를 열어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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