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노동 강도로 '지속 불가능' 한 근무환경 연속" 호소
다양한 근무형태-시간제간호사 수가 현실화 등 대안요구

간호사 나이팅게일 선서식 모습. 기사 내용과 연관 없음.

[의학신문·일간보사=정윤식 기자] 간호계 관계자 14명이 병원 현장의 간호사 업무 현실은 지속 근무가 불가능한 환경임을 지적하고 합리적인 간호사 배치와 간호업무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데 한 목소리를 냈다.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국회의원이 주최하고 대한간호협회가 주관한 ‘간호사 지속 근무환경 마련을 위한 연속 정책 간담회; ②병원 내 간호사 배치 및 업무 체계 개선’이 지난 3일 국회의원회관 제 7간담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간담회에는 간호협회 김옥수 회장과 박영우 부회장을 비롯해 대형병원 간호부장, 중소병원 간호사, 공공의료원 간호사, 간호대학 교수 등 좌장과 발제자 포함 총 14명의 간호계 관계자들이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한 의견들이 개진됐다.

우선 김옥수 회장은 간호사 본연의 업무인 환자 간호를 효과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는 현상으로 인해 환자 간호의 질과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회장은 “2016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간호사의 76%가 이직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가장 큰 이유는 열악한 근무환경과 높은 근로강도”라며 “과다한 행정 업무를 없애야 하는 등 간호사 업무체계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진 발제에서는 간호사의 높은 노동 강도가 발생하게 된 원인에 대해 지적됐다.

조순연 전 경상대학교병원 간호부장(경상남도간호사회 부회장)이 △의사와 약사 등 타 직종의 인력 부족 △지방 근무 기피현상 △전공의 특별법 시행 △환자 간호 업무 외 간호 영역의 심화 확대 △전담간호사 제도 발생 △고경력자의 타부서 파견 △국가 정책 관련 업무량 증가 등을 그 원인으로 지목한 것.

조순연 부회장은 “병원 인증평가 총 549문항 중 간호 부문은 352문항”이라며 “이 밖에 심평원 연관 정책, 환자안전관리제도, 감염관리, 적출물 관리, 의무기록 전산화 정책 등 국가 정책 업무와 행정 업무가 많아 침상간호 시간이 감소한다”고 호소했다.

간호사 부족 문제와 높은 업무 강도로 인한 높은 이직률은 결국 낮은 보상과 직결돼 있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지난 3일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의실에서는 대한간호협회 김옥수 회장과 박영우 부회장을 비롯해 간호계 관계자 약 14명이 간호사 지속 근무환경 마련을 위한 방안 마련에 머리를 맞댔다.

서울의료원 이진자 간호부장은 “공공병원인 서울의료원 간호사들의 월급이 높지 않았을 때 간호사들에게 지원 이유를 물어보면 복지가 좋아서 지원했다고 답했으나 이직률은 15% 수준을 유지했다”며 “하지만 임금이 오르고 난 뒤 이직률이 5%까지 떨어진 것을 보면 결국 중요한 것은 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의사는 지방으로 갈수록 보상을 많이 받는데 간호사는 지방으로 갈수록 보상이 적은 것이 현실”이라며 “규제적인 법과 보상적인 법이 있는데 미국처럼 간호사 1명이 담당하는 입원환자를 철저하게 규제 하던가 국가가 간호사 인건비를 보다 많이 보상하던가, 둘 중 하나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중소병원간호사회 김영애 회장 또한 “대학병원과 차이가 큰 임금으로 인해 중소병원은 인력을 구할 수가 없는 상황에 처하고 이를 남아 있는 간호사가 메꾸게 되니 업무 강도는 당연히 높아진다”며 “처우 개선이 우선이라는 뜻이고 중소병원들은 간호사, 간호조무사, 보조인력 등의 비율이 명확히 명시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을 늘리는 것이 도움을 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현장의 문제와 어려움들이 다양하게 지적된 가운데 토론자들은 해결 방안 및 대안으로 중소병원의 간호사 임금 체계 개선, 정부지원 확대, 공공병원 정원제 해결, 인증제 실태 조사 후 평가를 위한 평가항목의 삭제 또는 보완 등을 제시했다.

백석대학교 김지현 간호대학 교수는 “직·간접간호업무량, 간호교육시간, 개인 시간 등 실제적 간호업무량을 산정하고 다양한 경력개발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며 “위계적이고 강압적인 조직문화를 탈피할 뿐만 아니라 우수 간호인재 보유를 위한 적절한 보상도 제공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즉, 무엇보다 적정간호인력 확충과 간호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환경 마련이 우선이며 직무 기술서에 근거한 간호업무만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조순연 경상남도간호사회 부회장은 “저임금문제는 간호행위에 대한 수가를 산정해 해결하고 중소병원의 간호사 임금 체계를 개선해 간호등급제 수가를 상향조정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의사인력 부족은 의사 직에서 해결하고 간호사에게 떠넘기지 않도록 하는 것을 기본으로 간호사 노동 강도와 부담 및 역할 관련 논의연구가 활성화 돼야한다”고 제언했다.

신규 간호사들이 대형병원만 선호하는 것이 아닌 중소병원에도 눈길을 돌릴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했다.

부천예손병원 백성숙 간호부장은 “모든 간호사들이 상급종합병원에서 근무 할 수 없듯이 간호 대학생들의 역량도 저마다 다른데 실습부터 대형병원에서 하고 싶어 한다”며 “간호사들이 병원 별로 이직하는 현황에 대한 연구를 기초로 중소병원 실습을 의무화하는 제도 등을 마련해 학생들의 눈을 바꾸려는 노력이 뒤따라야만 중소병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바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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