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의대, 눈떨림증후군 환자 유전자분석 원인질환 찾아내…예방치료와 검사일정 준비 가능해질 것

[의학신문·일간보사=정윤식 기자] 국내 연구진이 원인감별이 어려운 희귀 안질환의 유전자분석 진단법을 개발해 화제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안과학 한진우 교수, 진담검사의학과 이승태 교수, 약리학 임정훈 연구원은 최든 ‘영아 눈떨림증후군’을 겪고 있는 환자 혈액에 대한 유전자분석을 통한 원인질환 규명과 맞춤형 치료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27일 밝혔다.

연세의대 안과학 한진우 교수(사진 왼쪽)와 진단검사의학과 이승태 교수

‘영아 눈떨림증후군’이란 생후 6개월 이전의 영아에게서 눈동자가 좌우·상하 또는 복합적으로 계속 떨리는 증상으로 인구 2천 명 당 1명꼴로 발병하는 희귀 안질환이다.

이는 특별한 원인을 찾을 수 없는 ‘특발성’인 경우도 있으나 뇌나 신경계 이상, 눈백색증, 망막변성 등의 다양한 질환이 원인이 될 수도 있어 환자들은 MRI촬영이나 특수 혈액검사, 염새게 등 많은 단계의 검사를 거치고도 간혹 원인질환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온 것.

특히 환자의 시력 상실은 물론 생명에까지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유전성 희귀안질환 진단은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돼 보호자들에게 큰 부담이 됐다는 것이 연구팀의 지적이다.

이번 연구는 지난 2015년 6월부터 2017년 1월까지 세브란스병원 안과에서 진료를 받은 ‘영아눈떨림증후군’ 환자 48명의 혈액을 채취하고 수십에서 수백 개의 유전자를 한 개의 판으로 한 번에 조립·분석하는 ‘차세대염기서열 분석법(Next generation sequencing, NGS)을 시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연구 결과 연구진은 28명의 환자에게서 영아눈떨림증후군을 일으키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찾아낸 한편 이에 따른 정확한 유전성 질환 진단명을 내릴 수 있었다.

실제 원인질환을 찾은 28명의 환자들은 ‘레베르 선천성 흑암시(14명)’, ‘무홍채증(4명)’, ‘전색맹(3명)’, ‘시니어 로켄 증후군’ 등의 기타 희귀 유전성 안질환으로 각각 진단됐다.

이와 관련 한진우 교수는 “국내는 물론 아시아 최초로 NGS기법을 영아 눈떨림증후군 환자에게 적용함으로써 58.3%의 진단율을 얻었다”며 “가족력이 있는 환자의 경우 88% 이상의 매우 높은 진단율을 보였다”고 강조했다.

즉, NGS기법을 통해서 현재까지 뇌전증환자의 발병원인 규명에 성공하는 경우가 30% 내외이며 선천성 녹내장도 25% 내외에서만 병을 일으키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찾아냈던 사례를 감안할 때 이번 진단율은 높은 지표로 평가 된다는게 한잔우 교수의 강조다.

한 교수는 “간편한 혈액채취만을 통해 유전성 질환을 빠르게 진단할 수 있게 돼 동반되는 다양한 전신 질환의 진행과 증상 정도를 정확히 예측해 필요한 예방적 치료 및 검사일정을 준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자와 보호자는 물론 담당 의료진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승태 교수 또한 “이번 연구를 통해 레베르 선천성 흑암시를 일으키는 많은 돌연변이 유전자 중 한국인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3개의 돌연변이 유전자(NMNAT1, GUCY2D, RPGRIP1)를 찾아내 더욱 빠른 진단과 함께 한국인 고유의 질병 유전자 정보를 추가할 수 있었다는 점도 큰 성과”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질병의 조기 진단과 예방적 치료효과가 큰 소아환자에게 신뢰할 수 있는 유전자검사법을 통한 상담과 유전자 치료의 가능성을 제시함으로 인해 국내 정밀의학(Precision Medicine)의 한 계기를 마련한 것도 의미 있다”고 덧붙였다.

주목할 점은 원인 치료를 위해 유전성 안질환자의 돌연변이 유전자를 보완하고 대체할 정상 유전자를 끼워 넣는 유전자치료법 개발을 위한 동물실험 연구가 이미 착수됐으나 건보당국에서 보험급여로 고시한 NGS 검사에 대해 ‘유전성 망막색소변성증’에 한해 선별적으로 인정하고 그 외 유전성 안질환에 대한 검사는 제한하고 있어 한계가 있다는 부분이다.

한진우 교수는 “이 같은 제한 때문에 희귀 질환으로 힘들어하는 환자들에게 실제적으로 도움을 줄 수 없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며 “이에 대한 전향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안과학 분야의 세계적인 학술지인 ‘ JAMA ophthalmology’에 최근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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