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 프로세스 주체가 ‘제품’에서 ‘개발자’로…다기관 연구, 단일 IRB 사용 의무화로
법제간 충돌 개선 위해 통합‧사용자 편의적 법제화 필요

유소영 서울아산병원 아산생명과학연구원 정책부장

4차산업혁명을 이끄는 산업 중 하나인 미래보건의료분야와 관련, 미국의 법 개정 동향을 바탕으로 향후 전망을 가늠할 수 있는 비전이 제시됐다. 품목 허가 대상이 ‘제품’에서 ‘개발자’로, 단일 IRB를 사용해 집중영역과 포괄 동의 영역을 명료화하는 방안 등 보다 연구‧사용자 친화적인 모델로 정리된다.

2일 보건복지부와 미래보건의료포럼위원회가 주최,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주관해 서울대학교 치과병원에서 열린 ‘미래보건의료포럼 : IT기반 미래보건의료의 법, 제도, 윤리’에서 유소영 서울아산병원 아산생명과학연구원 정책부장은 미국의 ‘Common Rule’(국내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개정 동향을 기조강연을 통해 설명했다.

유소영 박사는 “미국에서 1991년 인간대상연구 보호를 위해 제정된 Common Rule의 경우 날이 갈수록 연구 특성이 급변하는 상황에서도 규제가 개혁되지 않아 결국 올해 1월 19일 법이 개정돼 2018년 1월 19일부터 시행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부분은 제품 허가 프로세스에서 평가 대상이 ‘제품’에서 ‘개발자’로 전환되는 점이다.

ICT기반 제품의 경우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크고,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가 제품에 영향을 크게 주기 때문에 이를 개발하는 개발자를 평가하는 것이 타당하다는게 미국의 입장이다.

평가 항목에는 환자 안전, 제품 품질, 임상에서의 책임, 사이버 보안 책임, 주도적 문화 등이 포함되며 시판과 동시에 RWE(Real World Evidence, 실제임상근거 즉 데이터만으로 판단되는 근거가 이난 병원 진료기록 등에 기반한 실제 데이터)를 수집해야 한다.

미국의 법 개정에서 또 하나 특기할만한 점은 다기관 협력 연구에 대해 단일 IRB 사용을 의무화한 점이다.

미국은 두 기관 이상의 기관이 연구에 참여하는 경우 단일 IRB를 사용하도록 의무화했으며, 관련 규정에서 여러 기관의 IRB 심의가 필요하다고 명시한 경우와 연구 펀드를 지원하거나 수행하는 연방정부 등에서 단일 IRB가 적절치 않다고 문서로 명시한 경우만을 제외한다.

현재 국내법상으로는 IRB를 규정하고 있는 생명윤리법에 협력 연구에 대한 단일 IRB 규정이 없으나. 여러 연구 기관에서 암묵적으로 한 개의 기관에 IRB를 몰아주는 일명 ‘조인트 IRB’가 운영되는 경우가 있다.

이에 대해 유소영 박사는 “국내 조인트 IRB는 단일 IRB가 지는 책임의 범위가 넓고 무거워서 제대로 돌아가지 못한 점이 있다”면서도 “미국의 단일 IRB 의무화는 IRB 면제 기준 명료화와 단일 IRB 의무화를 함께 다루면서 심의가 필요한 집중 영역에 대해 강조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유소영 박사는 미국의 법 개정에 대해 ‘규제도 진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대변한다고 강조, “연구를 바라보는 관점이 합리적 인간 기준과 공리주의 관점을 강조하고 투명성을 확보한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국내에서도 최근 정부가 규제개혁을 위해 ‘규제 샌드박스’ 방식을 도입, 아직 적용할 규정이 없는 기술과 산업에 대한 제도적 개혁을 준비하고 있지만, 아직은 통합적이고 사용자‧연구자 친화적인 법적 테두리가 없다는 것이 유 박사의 주장이다.

특히 최근 국회에서 발의된 첨단재생의료법, 첨단바이오의약품법 등 신개념의 기술 평가 방식을 담은 법에 대해서는 통합법 추진이 필요하다고 유 박사는 주장한다.

유소영 박사는 “ICT 기반 국내 의료 빅데이터 관련 법제간의 충돌, 모순되거나 다의적 해석이 가능한 조문을 개선한 후 사용자 편의적이고 정합적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ICT 기반 보건의료에 관한 사항을 입법‧개정 초기 단꼐에서 국제적 통용성을 갖추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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