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후 30분 관행 큰 의미 없고, 복약 순응도가 중요'
서울대병원 약사위원회가 지속적인 논의 끝에 복약용법 기준을 변경하기로 결정했다.
서울대학교병원은 “기존 ‘식사 후 30분’이었던 기본용법을 ‘식사 직후’로 바꿨다”고 27일 밝혔다.
지금껏 환자가 ‘식사 후 30분’ 처방을 받을 경우 시간을 준수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함께 복약을 깜빡 잊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어왔고 실제 식약처 허가사항에는 이런 기준이 없지만 의약품 처방의 관행이었을 뿐이라는 것이 이번 변경의 이유다.
실제 약은 종류와 성격에 따라서 ‘식 후’, ‘식 전’, ‘취침 전’과 같은 특별히 지정된 용법이 있다.
‘식 후’의 경우는 음식물과 함께 섭취할 때 약 효과가 높아지거나 위 점막 등을 보호할 필요가 있는 때이며 ‘식 전’은 음식물이 약 흡수를 방해하거나 식전 복용에 약효가 잘 나타는 경우다.
특히 ‘취침 전’은 변비약과 같이 아침에 배변효과를 기대하거나 졸음을 유발하는 항히스타민제가 포함돼 일상생활에 방해가 될 경우에 권장된다.
반면 ‘식사 후 30분’이라는 처방은 약물에 의한 속 쓰림을 예방하고 몸속에서 약이 일정한 농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였으나 병원에서는 여러 약을 복용하는 경우 시간에 맞춰 약물 복용이 어렵다는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된 것도 사실.
서울대병원은 “사실 ‘식사 후 30분’에 대한 의학적 근거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이런 복약기준을 따르지 않고 있다”며 “일반적으로 의약품에 지정된 용법은 하루 9회와 같이 횟수로만 나타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약사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신장내과 김연수 교수는 “이번 변경은 의료진 중심이 아닌 환자 중심 처방을 위한 병원 내부 노력의 결과물”이라며 “약 섭취가 제때 이뤄지면 치료효과에도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약제부장 조윤숙 약사 또한 “이번 변경은 처방을 보다 간소화 시켜 병원 내 조제 대기시간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되고 향후 환자 복약 순응도를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