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관계자들, ‘형평’ 없는 ‘평등’만 존재하는 인증 기준 지적

의료기관 종별에 따른 현실성 있는 인증기준이 아닌 급성기 병원조차 지키기 힘든 법을 요양병원 인증에 동일선상으로 적용하고 있어 정부가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늬만 ‘평등’을 강조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김주형 노인요양병원협회 의무이사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회장 이필순)는 15일 서울백범김구기념관 컨벤션홀에서 ‘2주기 요양병원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발제에 나선 김주형 노인병협 의무이사(아주의대)는 요양병원 2주기 인증의 불합리한 사례와 핵심 쟁점 등에 대해 설명했다.

우선 요양병원이 큰 부담을 느끼는 것은 인증판정 기준 자체의 강화와 조사항목 유·무에 대한 문제인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요양병원 2주기 인증 조사항목 충족기준을 살펴보면 병원급과 달리 ‘상·중·하’가 아닌 ‘유·무’로 구분되는데 결국 충족률이 99%이더라도 ‘0점’이라는 뜻이다. 또한 인증을 위해서 예전 70점 기준보다 10점이 상승한 80점을 받아야 하는 상황.

김주형 이사는 “제일 큰 걱정은 인력기준인데 의료인의 수가 인증기준에 포함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며 “급성기 병원은 의료법보다 낮은 간호인력을 갖고 있는데도 나라에서 지원금을 주는데 요양병원은 급성기 병원보다 까다로운 기준으로 당직의료인력을 필수로 둬 부담이 크다”고 주장했다.

즉, 인증 기준이 현실성도 없고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김주형 이사는 “전체적으로 인증규정과 기준이 종합병원의 체계를 기준으로 하다보니 요양병원의 현실 및 요양병원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부분이 많다”며 “맞지 않는 내용을 과감히 축소 또는 폐지하고 목적에 맞는 인증기준과 규정을 제시해 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예를 들어 소모품을 1회용으로 사용하기에는 환자 보호자 및 병원의 비용 부분에서 어려운 점이 많은데 이러한 기준은 대학병원을 기준으로 적용된 것이라 느껴진다는 김주형 이사의 설명이다.

김 이사는 “각 병원이 인증을 통해 얻게 되는 유·무형의 효과를 극대화시켜 향후에는 그 효과를 얻기 위해 병원들이 앞 다퉈 인증에 참여할 수 있는 자율인증 방식으로 가야 할 것”이라며 “현재 인증결과에 따른 인센티브도 없는 상황에서 조사기준의 타당성도 떨어지고 조사위원간의 기준 차이로 인증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어 요양병원에 인증을 선택할 권리가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진 토론회에서도 현장 요양병원 관계자들의 의견은 일맥상통했다.

(사진 왼쪽부터 순서대로) 토론회에 참여한 이재숙 서초요양병원장, 강진남 대구광역시서부노인전문병원 간호팀장, 김윤숙 건국대학교병원 QI 파트장, 구홍모 의료기관평가인증원 인증사업실장, 김주형 노인요양병원협회 의무이사, 손덕현 좌장. 한편, 이날 토론회에 당초 복지부가 참석해 정부의 입장을 전달할 예정이었으나 불참, 구홍모 인증사업실장이 강조한 ‘소통’에서 노인요양병원협회와 복지부간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아함을 자아냈다.

서초요양병원 이재숙 원장은 “대학병원의 계단 손잡이는 한쪽도 설치가 되지 않은 곳이 많은데 요양병원은 양쪽에 모두 다 되어 있어야 한다”며 “요양병원 환자들이 층계를 얼마나 많이 사용하고 있는가에 대한 고민도 없었다는 방증이고 대학병원과의 형평성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수많은 예 중 하나”라고 말했다.

대구광역시서부노인전문병원 강진남 간호팀장 또한 “의무 인증을 하면서 국가에서 일부를 부담해준다고 하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이라며 “요양병원의 특성은 케어인데 평가기준을 보면 급성기 상급종합병원의 기준을 아주 조금 축소한 정도여서 동일선상의 잣대라고 보아도 무방하다”고 호소했다.

이 같은 노인요양병원 관계자들의 지적에 인증평가원 관계자는 인증 기준이 여러모로 현실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나 인증 설립이 외국에 비해 기간이 짧은 만큼 개선을 위한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의료기관평가인증원 구홍모 인증사업실장은 “인증제를 도입한 핵심 취지는 병원을 이용하는 환자의 안전과 의료기관의 질 높은 서비스를 지속하기 위한 것인데 일부 현실과 맞지 않은 부분들이 취지를 훼손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고 전했다.

구 실장은 이어 “하지만 깊은 역사를 자랑하는 외국의 사례와 달리 국내는 인증 설립이 7년째에 접어들어 모두가 원하는 이상향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며 “전반적인 인증 제도의 개편이 이뤄지고 각각의 의료기관 종별에 대한 코어 스탠다드와 옵션 스탠다드 인증기준을 만들이 위해 지속적인 소통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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