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역학조사로 적정 치료시점 찾아…중증 혈관질환 예방 기대 높여

국내의료진이 심방세동 약물치료 가이드를 처음으로 제시해 주목된다.

세브란스병원 정보영·김태훈 심장내과 교수팀은 최근 영국 버밍햄대학 그렉고리 립 교수 등과 함께 ‘한국 심방세동 환자 대상의 대규모 역학조사’로 적정 치료시점을 찾아냈다고 23일 밝혔다.

세브란스병원 정보영 심장내과 교수(왼쪽)와 김태훈 교수

뇌경색 위험을 안고 사는 심방세동 환자의 위험도를 줄이고 예방하기 위해서는 혈전 생성을 억제하는 항응고제 약물 투여가 표준 치료법이지만 국내에는 연구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유럽과 미국에서 사용하고 있는 평가도구를 참조하거나 의사 각 개인의 판단에 의해 항응고제 약물 치료시기를 결정해 부족한 면이 큰 것이 이번 연구조사의 계기라고 교수팀은 전했다.

이번 연구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활용, 지난 2002년부터 2008년까지 항응고제 치료를 받지 않고 있는 20세 이상 5855명의 심방세동 진단 환자들을 2013년 12월까지 추적해 ‘연간 뇌경색 발병 위험도’를 조사했다.

또한 이들 심방세동 조사 환자군들의 다양한 동반 질환과 연령, 성별 등 연간 뇌경색 발병을 높일 수 있는 잠재적 위험요소를 평가했으며 위험요소 평가는 국제적인 공인지표를 사용해 0점부터 10점까지로 계량화하고 가중치를 부여했다.

그 결과 고령일수록 뇌경색 위험도가 높아지는 것이 재차 확인됐으며 65세부터 조사 환자군의 뇌경색 발병이 증가해 연간 위험도가 2.11% 가량 높아지고 75세 이상부터는 3.11%로 크게 높아졌다.

아울러‘일과성 뇌졸중(TIA)’나 뇌경색이 이미 한차례 발병했던 심방세동 환자들의 연간 위험도는 2.58%나 높아졌고 신장투석 중인 심방세동 환자들도 2.03%의 높은 뇌경색 연간 위험도를 보였다.

이외에도 연구진은 고혈압과 당뇨, 만성폐쇄성폐질환(COPD)를 가진 심방세동 환자들의 뇌경색 위험도도 유의미하게 높아지는 것을 확인했다.

이와 관련 정보영 교수는 “심방세동환자에게 있어 연간 뇌경색 위험도가 1~2% 이상일 경우 항응고제 치료가 국제적으로 권장되고 있다”며 “국내 심방세동 환자들은 ‘위험평가점수 2점’부터 뇌경색 위험도가 2.35%로 높아지고 있는 것을 처음으로 찾아냈다”고 말했다.

즉, 유럽에서는 ‘위험평가점수 1점’부터 항응고제 약물치료를 권장하고 있으나 아시아 인종인 국내 환자들은 ‘위험평가점수 2점’부터 치료를 시작하는게 적절한 것으로 분석됐다는 의미다.

정보영 교수는 “사실 항응고제 약물복용은 환자는 물론 의료진에게 상당한 주의와 부담이 되는 치료라 그 투여 치료시점이 중요하다”며 “다행히 신약인 ‘경구용 항응고제(NOAC)’가 최근 보험급여가 됨으로써 많은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정 교수는 끝으로 “이번 연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국내 심방세동 환자의 뇌경색 발병을 낮추기 위한 항응고치료의 표준지침으로 활용돼 사회경제적 비용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해당 연구결과는 보건복지부 국민건강임상연구사업 및 미래창조과학부 중견연구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으며 국제적인 뇌졸중 학술지인 ‘Stroke’지 최근 호에 ‘CHA2DS2-VASc Score for Stroke in Asian Patients With Atrial Fibrillation : A Korean Nationwide Sample Cohort Study’이란 제목으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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