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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의무법 시행 전망과 과제
현두륜 변호사
법무법인 세승

의사의 설명의무는 크게 환자의 승낙(동의)을 얻기 위한 전제로서의 설명의무와 치료행위의 내용으로서의 설명의무로 나눌 수 있다. 전자는 수술과 같은 침습적 의료행위에 있어서 환자에게 그 의료행위에 대한 선택 여부를 결정하기 위하여 필요한 정보를 설명해야 할 의무를 말하고, 후자는 진료 중 또는 진료 후에 발생이 예견되는 위험이나 나쁜 결과를 회피하기 위하여 환자에게 주의사항과 대처방안 등을 설명하여야 할 의무를 말한다. 통상 ‘의사의 설명의무’ 라고 하면 환자의 승낙을 위한 전제로서의 설명의무를 말하고, 치료행위의 내용으로서의 설명의무는 ‘지도설명의무’라는 용어로 구별해서 사용한다.

의사의 설명의무는 진료의무와는 별개의 독립한 의무이므로, 진료행위에 과실이 없어도 설명의무 위반이 인정되면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한다. 우리나라에는 대법원이 1979년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최초로 인정한 이래, 설명의무에 관한 판례가 상당히 축적되어 있다. 의료사고소송에서 설명의무 위반을 이유로 손해배상청구를 인용하는 사례가 늘어남에 따라, 최근에 진행되는 대부분의 의료소송에서 환자측은 의료과실과 함께 거의 자동적으로 설명의무 위반을 주장하고 있다. 의료분쟁조정중 재원이나 소비자원의 분쟁조정절차에서도 설명의무 위반 문제는 적극적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그에 대응하기 위해서, 현재 대부분의 의료기관은 각종 시술이나 검사 등에 있어서 정형화된 설명 및 동의서 양식을 갖추고 환자 또는 그 보호자의 서명을 받고 있다.

의사의 설명의무에 관해서는 보건의료기본법 등 기존 법령에 근거규정이 있었는데, 작년 12월에 개정된 의료법에 설명의무에 관한 내용이 신설되었다. 의료법에 설명의무를 규정한 취지는 설명의 대상 및 그 범위를 명확하게 하고, 그 위반에 대해서 민사상 손해배상책임 뿐만 아니라 형사·행정적인 책임까지 인정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국회 논의과정에서 설명의무 위반에 대한 형사책임 및 자격정지처분은 삭제되고, 대신 과태료로 전환되었다. 개정된 의료법은 금년 6월 2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개정 의료법에 따르면, 설명의무의 대상이 되는 의료행위는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 수혈, 전신마취’이다. 이러한 의료행위를 할 때에는 반드시 사전에 법정사항이 기재된 서면으로 설명을 하고 동의를 받아야 한다. 만약, 이를 위반하면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다. 그리고 설명 및 동의사항은 △환자에게 발생하거나 발생 가능한 증상의 진단명 △수술 등의 필요성, 방법 및 내용 △환자에게 설명을 하는 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 및 수술 등에 참여하는 주된 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의 성명 △수술 등에 따라 전형적으로 발생이 예상되는 후유증 또는 부작용 △수술 등 전후 환자가 준수하여야 할 사항이다. 이 중에 하나라도 빠지면 역시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대상이다.

비록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형사처벌 및 자격정지처분은 삭제되었지만, 개정 의료법의 시행은 앞으로 의료 현실에 상당한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생각한다. 설명의무 위반에 대해서 민사상 손해배상 이외에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더구나,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은 의료행위로 인하여 부작용이나 후유증이 발생한 경우에만 문제되는데, 과태료처분은 부작용이나 후유증 발생 여부와는 상관이 없다. 그에 따라 설명의무를 둘러싼 의사와 환자간의 분쟁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정 의료법 시행 이후 설명의무 위반은 민사책임뿐만 아니라 과태료처분 대상으로서 행정기관이 개입하게 된다. 과태료처분은 보건복지부장관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이 부과·징수하는데, 이들은 과태료를 부과하기 위하여 의사나 의료기관을 조사하거나 보고를 요구할 수 있다. 앞으로 진료과정에서 분쟁이 발생하면, 환자는 설명의무 위반을 이유로 바로 행정기관에 개입을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

행정기관의 지나친 개입이나 일률적인 판단은 의료인과 환자 사이의 대화에 의한 설명을 방해하고, 형식적·방어적 설명을 초래할 수도 있다. 따라서 설명의무 위반 여부에 대한 행정기관의 판단은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기존에 판례를 통해서 인정된 설명의무의 내용과 개정 의료법에서 규정한 설명의무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 그 결과 동일한 사안에 대한 설명의무 위반 여부가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이 문제되는 경우와 과태료처분이 문제되는 경우에 서로 달리 판단될 가능성이 있다. 그 외에도 개정 의료법상의 설명의무의 내용에 논란이 될 만한 부분도 적지 않다보니, 앞으로 적용 및 해석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과 혼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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