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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의사회, ‘오월동주’ 넘어 통합 향하길

 어쩌다 원수끼리 한배에 오르게 된 난감한 처지를 뜻하는 고사성어로 '오월동주(吳越同舟)'가 있다.

 

 중국 오·월 두 국가는 평소 으르렁대던 사이였지만 예기치 않은 풍랑을 만났다면 싸움은 뒤로 미루고 위기상황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았겠느냐는 이야기. '적과의 동침'은 굳이 옛 중국까지 거슬러가지 않더라도 우리 주변에서 흔히 기록되어온 역사다.

 최근 의료계에서도 엿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회장 선출 방법을 두고 둘로 쪼개져 '불구대천' 원수처럼 지내 온 산부인과의사회가 손을 잡고 서울역 광장에서 개최된 궐기대회에서 한목소리를 낸 것이다.

 인천지법이 태아의 자궁 내 사망사건과 관련해 분만을 담당한 의사에게 8개월 금고형을 선고하자 이에 강하게 반발했던 자리로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중심이 됐지만 대한산부인과의사회도 성명서를 통해 참여를 지지하며 모처럼 하나가 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분만 과정에서 태아를 살려내지 못했다는 것이 형사 처분 대상이 돼서는 절대 안 된다는 사실과 절대 남 일이 아니라는 공감대가 앞섰을 것이지만, 저출산 시대에서 수년간 소신진료를 하지 못하고 고통을 받았던 울분이 폭발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를 통해 숨 가빴던 대선 국면에서도 다수의 정치인들이 방문하고 언론에서도 큰 주목을 받는 등 어느정도 성과를 얻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여기서 모았던 힘을 멈추지 말고 통합으로도 한 발짝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번 일이 잘 마무리 되고 배에서 뭍에 오르면 각자의 생각과 갈 길을 달라질 것은 당연하겠지만, 눈앞의 숨고르기를 위한 순간의 협조와 잠정적 휴전으로 끝나는 것은 아쉬운 일이고 현명한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시대정신은 '통합'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도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승자와 패자, 그리고 양측 지지자가 적극적인 참여와 화합으로 희망찬 미래를 열어야 한다는 목소리는 같지 않았던가. 

 궐기대회 현장에서 의료계 주요 관계자들이 사안의 중요성을 우려하면서도 “직선제와 산부인과가 따지지 말고 하나가 되어 강력한 의권투쟁을 위해 뭉쳐야 한다”고 거듭 당부했던 모습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진정한 통합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같은 날 다른 장소에서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치열한 소송전을 전개했던 그동안의 갈등이 한 번에 해소될 수는 없겠지만 가정의 달 ‘오월’이 아닌가? 한지붕 두 가족이 이번 궐기대회를 계기로 제대로 하나가 될 수 있는 장이 꼭 마련되기를 기대해 본다.

오인규 기자  529@bo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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