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지난해 연말부터 시작된 대한의사협회 노사 갈등이 올해까지 계속되고 노조가 ‘집단휴가’라는 사실상 ‘파업’ 카드를 꺼내 들면서 마주달리는 기차처럼 위태로워 보인다.

이번 의협 노사갈등을 보면 문뜩 한국영화 ‘카트’가 떠오른다.

영화 ‘카트’(Cart)는 회사 측이 노조의 요구를 무시하자 노조 측은 결국 파업을 감행하고, 사측은 일부 노조원을 회유하거나 경찰과 용역을 동원하는 과정을 거쳐 노조 지도부만 해고하고 대다수 노조원들은 현업에 복귀하는 내용이다.

의협 노사 갈등의 성격은 해당 영화와 다르지만 소통을 외면하고 첨예한 대립으로 치닫는 모양새가 닮은꼴이다.

의협 집행부는 의협이 그동안 장기 적자로 재정파탄 위기에 몰리고 있는데다 최고 의결기구인 대의원 총회에서도 재정 개선방안 강하게 요구해 노조가 반발하는 ‘퇴직금 누진제 폐지’가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반면 노조 측은 저녁시간이나 주말에 몰려있는 행사를 지원하기 위해 ‘휴일 없는 삶’을 살아왔고, 노후 목숨줄인 퇴직금을 하루아침에 싹둑 잘라버리는 의협의 요구는 '절대 불가'라는 배수진을 치고 있다.

회원들의 소중한 회비를 아껴야겠다는 의협 사측과 의사들을 위해 헌신한 대가를 받아야겠다는 양측의 주장이 일리는 있어 보이지만, 대화 없는 의협 노사 갈등을 바라보는 의료계의 시각은 차갑다.

영화 ‘카트’가 대변하는 우리나라 노사의 대화나 양보 없는 갈등의 종착역은 결국 파국이라는 경험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의협 노사는 3개월이 넘는 기간동안 서로 대화와 설득을 했으리라 짐작한다. 하지만 거기에는 이해와 양보가 빠져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의협 노사갈등은 자고나면 생겨나는 의료악법 때문에 가뜩이나 어려운 진료환경이 질곡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점에서 일선 의사들을 분노케 할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양보하면 그만큼 잃을 것 같지만 양보 없는 대립은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는 노사갈등 역사를 되짚어 봐야한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의협 노사는 이번 갈등으로 서로의 애로 보따리를 몽땅 풀어놨다.

분명한 것은 이번 노사갈등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장(場)이 펼쳐졌으며 이제 이해하는 계기를 만드는 일만 남았다.

양보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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