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다르게 빠른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의료기기. 하지만 실제 사용에 있어 불편은 줄었어도 타인이 바라보는 잘못된 편견 섞인 시선에 대한 두려움은 줄어들지 않았다. 조금 힘들더라도 남들과 다르게 보이지 않기 위해서 첨단을 누리지 못하는 문제가 여전한 것이다.

패션에 단계까지 도달한 안경과 달리 잘못된 편견으로 착용률이 높지 못한 보청기. 스스로 인슐린 주사를 놓는 사람을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도. 철없던 시절 기자도 장난치고 놀리기에 앞장섰던 씁쓸한 기억이 있다.

다행스럽게 현재 우리 사회는 장애인의 기본 권리를 보장하는 시스템으로 점진적으로 변하고 있으며, 자가도뇨 카테터 건보 확대 등 관련법도 개선되고 있다. 1차적으로 우수한 제품을 공급하며 그들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환우회와의 활발한 교류를 통해 인식을 바꾸고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는 의료기기 업체들도 눈에 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장애인을 단순한 보호 대상으로만 바라보며 장애인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주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장애인은 동정할 대상도 우대받아야할 벼슬도 아니다. 인슐린 펌프를 착용하고 수영복 심사를 받은 ‘미스 아이다호’가 화제가 되는 것처럼 다르게 보지말자는 얘기다.

장애인은 장애 그 자체보다도 사회적 편견의 희생자이며, 따라서 장애의 문제는 사회적 환경에서 비롯된다고도 할 수 있다.

결국 의료기기 업계의 교육 등 노력도 중요하지만 만연해있는 잘못된 차별을 잠재우고 환자를 배려하며 이해하고자 하는 사회적 움직임이 보다 더 넓게 확산 돼야한다.

몇년 전 영국의 장난감 업체들이 신체적 결함을 지닌 인형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장애를 자연스럽게 느끼도록 보청기와 인공와우를 하고, 인슐린 펌프를 차고 휠체어를 탄 인형도 등장했다. 현지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어 눈길을 끈다.

우리나라도 인식이 개선돼 짧은 쉬는 시간에 급우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도뇨 카테터를 활용해 볼 일을 보며, 식당에서 자신의 건강에 맞는 식단을 당당하게 요구하고 거리낌 없이 인슐린 펌프를 차고 운동하는 사람들을 공원에서 자주 만나는 세상이 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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