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평론가

HIV(Human Immunodeficiency Virus) 감염은 현대의 흑사병이라는 별명을 가진 에이즈(AIDS)를 일으키는 인수공통감염 중의 하나이다. 이 병이 처음 발견되었을 때 미국 남성동성애자들에게서 주로 발생되어 일명 게이병(Gay Disease)이라는 별명을 가진 적도 있다. 전 세계적으로 3500만명의 생명을 앗아갔으며, 현재 3700만명 정도의 HIV 감염인이 있다. 국내에는 1985년 남성 동성애자가 첫 HIV 감염인으로 진단된 이후 2015년 말까지 1만3288명이 발생하였고, 이 중 2615명이 사망하고 현재 1만673명이 생존해 있다.

감염경로는 유엔에이즈(UNAIDS)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남성간 성행위(MSM, Man who Sex with Man)가 가장 많고, 이성간 성행위, 양성간 성행위, 수직감염, 약물투여, 수혈 등으로 전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혈액제제에 의한 감염은 1995년, 수혈로 인한 감염은 2006년 이후 보고사례가 없으며, 수직감염은 2014년 1예가 보고되었다. 역학조사에 응한 사례의 거의 전례에서 성관계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미국 CDC(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2014년 말 자료에 따르면 HIV 신규감염자중 70%가 남성간 성교로 감염된 것으로 보고되고 있고, 캐나다에서도 남성간 성교가 75%를 차지했고, 프랑스는 65%가 남성간 성교로 인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양상은 우리나라도 비슷한 것으로 분석된다.

2016년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15년 진단된 1152명의 감염인중에 내국인이 1028명, 외국인이 134명이었다. 성별 발생률은 내국인과 외국인을 합한 통계를 보면 남자가 1080명, 여자 72명으로 15대 1의 성비를 보이고 있다. 이중 내국인 남녀 성비는 22.1 대 1을 보이는 반면, 외국인 성비는 3.8 대 1로, 내국인들의 HIV 감염률이 남성에게서 압도적으로 많이 발생하고 있다. WHO에서는 HIV의 발생 양상에 따라 6단계로 나누어 발생지역의 역학적 특징을 분류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주로 남성 동성애자간 성 접촉을 통해 확산되는 단계인 1단계로 아직 다양한 감염경로로 번지지는 않은 상태이다.

하지만 문제는 HIV환자가 전 세계적으로 35%나 줄어드는 추세와 반대로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1000명 이상씩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감염인의 연령층이 청소년층과 20대의 감염이 급증한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2015년 HIV감염인 중 20대가 34.5%로 가장 많이 발생했다. 이는 2005년 138명(남자 133명, 여자 5명)에서 2015년 351명(남자 345명, 여자 6명)으로 10년간 2.5배 이상 증가한 수치이다. 남녀 성비는 2005년 26 대 1에서 2015년 57 대 1로 남성 감염인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청소년 감염인의 경우 1987년부터 2003년까지 5명 미만에서 발생하였는데, 2005년에는 16명(남자 15명, 여자 1명), 2015년 42명(남자 41명, 여자 1명)으로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대부분의 감염인이 남자 청소년과 20대의 초반의 남성에게 치중되어 발생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에이즈 약값으로 매년 36조라는 막대한 돈이 지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HIV감염인 치료비가 해마다 늘어나 2006년 153억 원에서 2015년 820억 원으로 5배 이상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HIV감염인의 본인부담금을 10%로 낮추어주고 이 10%도 지방자치단체와 국가가 각각 5%씩 보상을 해주고 있다. 진료비 전액을 지원받고 있어 HIV감염인의 건강 유지와 예방효과를 거두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병은 발생 후 치료하는 것보다 미리 예방하는 것이 환자들에게나 국가에게나 득이 되는 일이다. 미국의 경우 적극적인 예방활동을 통해 감염률을 낮추고 재정지출을 줄이려고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CDC 그러니까 우리나라의 질병관리본부에 해당하는 곳에서 HIV 감염인의 감염경로와 나이별 현황에 대한 자료를 홈페이지를 통해 알려주고 있고, 가까운 일본의 경우도 3개월마다 자세한 감염경로 자료를 제공하여 예방활동에 집중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질병관리본부가 보다 적극적인 역학조사를 실시하여 정확한 감염경로 자료를 국민에게 알리는 예방활동에 임해야 할 것이다. HIV 감염률이 전 세계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와 역행하여 우리나라에서 매년 증가하고 있어 걱정이다. 대한민국을 이끌고 갈 청소년과 20대 감염인의 폭발적인 증가를 막기 위한 질병관리본부와 청소년위원회 등 관련 단체의 관심과 대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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