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 일괄인하제도가 시행된 지 1년 만에 특허만료의약품 제네릭 동일가 정책이 제약시장의 변화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제약협회 정책보고서가 나왔다. 이 보고서를 보면 다국적제약사들의 처방 점유율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6개의 다국적제약사의 처방 점유율은 2012년 1분기 37.8%에서 올해 1분기에는 40.4%로 늘어난 반면, 국내 68개 상장제약사의 경우 2012년 1분기 1조4407억 원에서 올해 1분기에는 1조2677억 원으로 점유율이 62.2%에서 59.6%로 줄었다.

정부당국에서의 정책적 대안이 없는 한 이 추세는 앞으로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이런 다국적제약사의 처방약 점유율 증가는 우리나라 의료비지출에 앞으로 더 많은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캐나다와 한국 양쪽에서 약국을 준비 중인 한 약사는 “우리나라처럼 오리지널 약가를 보험에서 다 커버해 주는 곳은 없다”며 우려를 표했다. 게다가 특허가 만료되어 제네릭이 진입 약가가 떨어질 수 있는 기회도 다국적 제약사들의 에버그리닝(Ever greening) 전략에 의해 막혀가고 있다.

얼마 전 스위스에서 다국적제약사의 에버그리닝 전략으로 인해 약제비에 미치는 재정적 영향에 대한 비용효과분석 보고서가 나왔는데, 그동안 다국적 제약회사가 에버그리닝 전략을 어떻게 구사했는지에 대한 연구들은 있었지만 재정적 영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에버그리닝 전략이란 특허의약품인 브랜드 의약품의 특허가 만료되면 제네릭 의약품과의 경쟁이 시작되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 다국적 제약사들이 특허의약품에 이성질체, 용량, 용법, 제형, 염, 혼합 등 약간의 변화를 준 의약품(후속의약품)들을 출시하여 시장독점을 유지하려는 전략을 말한다.

여러 나라들은 오리지널 약가를 보험에서 전액 급여해 주지는 않는다. 예로 호주에서는 환자선택 할증가격(Price premium)이란 제도가 있다. 브랜드 프리미엄은 처방 리스트에 동일한 성분에 두 개 이상의 브랜드가 있는 경우, 정부는 같은 금액으로 각 브랜드에 지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더 비싼 브랜드를 원하는 경우 가격 차이는 환자가 브랜드 프리미엄으로 부담하게 하는 제도이다. 환자의 요청에 따라 약사는 의사가 허용할 경우 덜 비싼 브랜드로 대체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시급히 브랜드제품에 대한 프리미엄제도를 도입하여 오리지널 약에 의한 지나친 약제비 상승을 막아야 할 것이다. 유난히 약제비 비중이 높은 우리로서는 오리지널 제약사의 약가를 통제하지 않는 한 건강보험의 만성적인 적자는 불 보듯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리 병 도 서울 강남구약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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