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던 전문자격사 선진화 방안을 마련하는 싱크탱크 역할을 했던 한국개발연구원(KDI)을 4년간 이끈 현부총리는 2009년 전문자격사 선진화 방안 추진 당시 일반약 약국 외 판매와 외부자본의 의원, 약국 투자허용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일반의약품 약국외 판매는 의약분야 전문자격사 선진화 방안의 한 면이고, 또 다른 면은 바로 영리법인약국으로 일반인의 약국 개설을 허용하는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의료민영화이다. 약은 약국 밖으로 풀고, 일반인 약국 개설을 허용해 약사의 약국 독점권을 깨겠다는 게 전문자격사 선진화 방안의 핵심이다.

약사가 아닌 일반인의 약국 개설권을 인정하고 자본도 자유롭게 유입될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로 영리법인 약국이다. 이명박 정부가 의약분야 선진화 방안 중 편의점 상비약 판매는 성공했지만 시민단체와 약사회의 반발로 약국개설의 진입장벽을 허무는 데는 실패 했다. 그런데 전문자격사 선진화 방안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했던 현오석부총리를 기용함으로써 박근혜정부도 이를 계승할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는 5월 1일 박근혜정부 첫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투자활성화 방안의 하나로 의료관광객용 숙박호텔인 '메디텔' 도입을 추진하려는 시도에서 알 수 있듯, 의료민영화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전문자격사 선진화 방안과 국회에 계류 중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2011년 여름 기획재정부 주도로 열린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정부는 약국법인 설립 허용을 추진했다.

공청회장을 점거한 약사회 측의 실력 행사로 무산되었지만, 정부는 왜 약국을 제일 먼저 타킷으로 삼았을까? 15개 전문 직종을 한꺼번에 처리하기에는 정부로서도 버거웠을 것이다. 그래서 각개격파를 생각했고, 안전상비의약품의 편의점 판매에서 보듯 국민편의성에 대한 명분과 보건의료 분야의 가장 약한 고리가 '약국'이라는 판단 하에, 일차로 약국을 공략하여 약국 영리법인 허용을 달성하면 이것이 보건의료 전 영역에 도미노로 작용할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실상이 이러하기에 전문자격사 선진화 방안은 약사만의 문제가 아닌 모든 전문 직종군의 문제이다. 이는 "약국의 영리법인 허용은 시발점에 불과하다"며 "일종의 나비효과로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도 영리법인이 추진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시민단체의 말에서도 알 수 있다. 약국법인 허용은 최종 종착지인 의료민영화롤 가기 위한 중간 역에 불과한 것이며 전문자격사 선진화는 의료민영화의 또 다른 말에 불과하다.

약국의 영리법인 허용이 가져올 변화는, 대형 자본의 약국 체인점 개설을 허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대형 유통자본에게는 새로운 시장 확대의 기회가, 약사에게는 자본종속이라는 암울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고 현재와 같은 동네약국은 찾아보기 어렵게 된다. 이는 비약사 약국개설이 허용된 아일랜드와 노르웨이의 경우 몇 개의 약국체인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사실에서 쉽게 알 수 있다. 편의점 의약품 판매와 약국법인 문제는 겉으로는 국민 편의로 포장돼 있지만 실상은 자본시장 창출이라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

앞에서 필자는 전문자격사 선진화 방안의 최종 목표가 의료민영화라고 보았다. 그렇다면 의료민영화는 나쁜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다." 의료민영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최첨단 진단기술, 최첨단 의료장비에 의한 최상의 진료서비스의 상투적 레토릭을 되 뇌이곤 한다. 일부 극소수 부유층의 해외 의료 쇼핑을 예로 들며 국부의 유출을 막는 한편, 외국의 의료 소비자들을 유치하면 국가의 재정에 도움이 된다고 강변한다.

의료자본가들은 커다란 이익을 창출하고 부유층들은 자신들의 위상에 걸 맞는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의료민영화를 반기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하지만 이러한 구성원이 전체 사회구성원의 몇 %나 차지할까? 또한 의료에 자본이 도입되면 이윤 창출을 위해 인간은 뒤로 밀리게 된다. 모든 진료 행위의 우선순위 제일 앞에는 돈이 자리하게 될 것이다.

일부 극소수 부유층을 위한 의료민영화를 주장하기 전에 다수의 의료사각지대에 있는 하층민을 생각하자. 공공의료시설이 무척이나 열악한 대한민국이다. 그나마 있는 32개 공공의료시설 대부분이 만성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돈이 없어 제대로 된 진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가 도처에 널려 있다. 의료민영화를 주장하기 이전에 진주의료원 같은 공공의료시설에 투자해야한다. 공공의료시설은 몸이 아파도 병원을 갈 수 없는 가난한 환자를 위한 최후의 보루이다.

질병은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다. 질병의 고통은 겪어 본 사람만이 안다. 더더욱 돈이 없어 의료기관을 이용하지 못하는 하층민의 아픔은 말 할 나위 없다 . 노자의 '도덕경'에 대국자하류(大國者下流)라 했다. 상류층의 자본의 가치가 우선이 아니라 하층민을 포함한 전체 공동체의 삶의 가치가 우선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복지를 논할 수 있고 박근혜정부가 지향하는 국민행복시대가 열리는 것이 아닐까?

강 봉 윤 대한약사회 홍보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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