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학교는 두 가지 문제로 고민 중이다. 하나는 의학전문대학원 문제이고, 또 하나는 인턴제 폐지에 관한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오는 2015년에 바뀌기 때문이다. 의학전문대학원을 포기한 대학은 2015년부터 예전처럼 의예과로 학생을 뽑는다. 일부 학생을 편입으로 받기는 하지만 의학전문대학원 제도로는 더 이상 신입생을 받지 않는다. 그렇다고 제도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일부 대학에서는 의전원으로만 신입생을 뽑는다.

의학전문대학원 제도는 도입 초기부터 논란이 있었고, 그 성과에 대해서는 아직 알 수 없다. 올해 처음으로 졸업생을 낸 대학이 많고, 일찍 시작한 대학조차도 아직 전공의 수련 중이니 그들이 앞으로 의료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알 수 없다. 그렇지만 이 제도가 이공계에 미친 영향은 알고 있다. 이공계의 우수한 학생이 의전원으로 빠진다는 것과 그런 학생을 위한 학원이 성업 중이라는 것이다.

의전원 문제는 모든 대학의 문제도 아니고, 병원 경영에 지장을 주는 문제도 아니다. 그러나 인턴제 폐지는 모든 대학의 문제고, 모든 병원에 영향을 주는 문제다. 언제나 그랬듯이 이번 인턴제 폐지도 일반 교수나 의사들은 왜 그렇게 되었는지, 언제 어떻게 되었는지 모른 채 ‘신문에 보니까 한다더라’ 하는 정도로만 알고 있다. 정책연구과제 보고서 제출하고, 공청회 몇 번 한 것으로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탓이다.

인턴이 없으면 일단 레지던트의 일이 늘어난다. 인턴 일을 떠맡아서이기도 하지만 병원마다 병실은 늘고 있는데 정부에서 전공의 수를 지속적으로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응당법이니 병원평가니 해서 진료업무가 점점 복잡하고 까다로워지고 있다. 전문의를 더 쓰라고 하지만 현실을 모르는 얘기다. 이미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인건비가 50%에 육박한다. 최근 늘어난 각종 평가에서 인력기준을 우선으로 하고 있어 병원 수입은 늘지 않았는데도 각종 의료 인력을 늘린 탓이다. 그나마 대형종합병원은 좀 나은 편이다. 연차마다 전공의가 있고 전임의가 있어서이다.

문제는 일반종합병원이다. 전공의도 드문드문 있어 인턴이 응급실을 포함한 중환자실, 병실을 커버하고 있었는데 인턴이 없어지면 그야말로 멘붕이다. 다른 대책이 있을 리 없다. 야간이나 휴일에 당직을 설 사람이 없다는 뜻이다. 전문의로 당직을 세우라는 얘기는 병원 문 닫으라는 얘기와 같다. 인건비를 감당할 수가 없다. 실습학생을 투입하라고 하는데 그것도 세상 바뀐지 모르고 하는 소리다. 학생이 할 일이 있고 의사가 할 일이 있다. 의료사고 한 번 나면 돈도 돈이지만 학생의 일생을 망칠 수 있다. 법은 늘 환자 편이지 의사 편이지 않기 때문이다. 의사의 감독 하에 학생이 한 실수와 의사가 한 실수는 그야말로 급이 다른 사안이다. 2015년이 걱정된다. <의사평론가>

김 형 규
고대안암병원 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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