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했다. 매년 해가 바뀌지만 올해가 특별한 이유이다. 대통령선거는 자주 하지도 않지만, 대통령이 바뀌면 많은 것이 바뀐다.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그 시대 흐름의 산물이다.

선거과정에서 여러 갈등들이 노출되었지만 그중에서도 세대간의 갈등이 가장 큰 문제로 떠올랐다. 세대문제에서 선거 때 가장 큰 이슈는 젊은이들의 표심이다. 2030 표심이 중요한 건 그들이 미래의 주역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수적으로 많아서 당락에 중요한 변수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출산율의 저하로 청년보다 5060세대의 수가 더 많아졌다. 생각지도 못했고 일찍이 경험해 보지 못했던 상황이다. 이번 대통령선거도 5060의 압도적 투표가 중요한 변수였다고 한다.

세대간에 어떤 이슈에서 차이가 있을까? 20대의 고민은 단연 반값 등록금과 일자리이다. 반값 등록금은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어떻게 한다 해도 일자리는 국내 경제여건뿐만이 아니라 세계경제와도 관련돼 있어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30대의 고민은 출산과 육아 그리고 내집 마련이다. 여성이 마음 놓고 출산할 수 없는 것은 어느 정도 사회구조와 관련이 있지만 오히려 육아는 정부가 예산만 마련한다면 달성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집값 또한 쉽지는 않겠지만 정부가 다양한 정책을 구사할 수 있는 부분이다.

40대의 고민은 사교육비 부담이다. 교육과 관련해서는 서슬이 시퍼런 군사정부를 포함해 역대 정부가 심혈을 기울였지만 결코 성공한 적이 없는 분야이다. 50대의 고민은 퇴직이다. 자녀들이 학교를 다니고 있거나 결혼을 하지 않아 돈 쓸 일이 많은데 준비 없는 퇴직은 가정 전체를 빈곤층으로 떨어뜨린다. 정년을 연장하거나 연금을 확대해야 하는데 정년연장은 청년 일자리와 충돌하고 연금은 청년층이 줄어 연금을 낼 새로운 자원이 없다는 문제가 있다. 쉽게 해결할 수 없다는 뜻이다. 60대 이후는 생활비 보조와 질병이다. 60대 이후 연금을 받는 사람이 많지 않은데다 국민연금은 액수가 적어 그 돈으로는 생활을 할 수 없다. 수명이 늘면서 노인에 대한 의료비 지출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데 이 또한 막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어떤 문제부터 해결을 해야 할까? 당연히 급한 불부터 꺼야 한다. 그런데 모든 문제가 그 세대에게는 절대 절명의 문제다. 다른 세대를 위해 내가 양보할 수 없다는 뜻이다. 세대 간에 대표가 있는 것도 아니고, 국회가 세대를 대표하는 것도 아니다. 이런 싸움에 잘못 말려들면 모두의 적이 되기 십상인데 과연 누가 이런 일을 하려고 할까. 바로 대통령이다. 그래서 대통령은 세대를 초월해 국민 모두에게 칭송을 받을 수가 없다. 한 사람을 두고 어떤 쪽에서는 훌륭하다고 하고, 어떤 쪽은 실패한 대통령이라고 비난하는 이유이다. 칭송할 만한 이유도, 또 비난 받을 일도 있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대통령이 의료계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새 정부는 더 이상 의료계를 피폐화시키는 일은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동안 의료에 관한 정책에서 의료의 핵심 축인 의료계를 빼놓고 무리하게 밀어붙인 일들이 실패한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란다는 말이다. 그런 일로 인한 피해는 비단 의료계뿐만이 아니라 국민에게 돌아가게 된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의료계를 희생양으로 삼는 악습도 이제는 그만 둘 때가 된 것 같다. 새 정부에서는 정책실패에 대한 책임회피로 국민과 의료계 간의 신뢰가 더 이상 손상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의사평론가>

김 형 규
고대안암병원 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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