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진 명이비인후과의원장

2011년 2월 서울에서 ‘빅5’로 알려진 모 대학병원에서 ‘대퇴골 무혈성 괴사’ AIDS 환자의 수술을 거부하는 사건이 있었다. 1·2차 진료기관에서 해결하기 힘든 환자를 해결해주어야 할 3차종합병원에서 일어난 일이다.

수술을 거부당한 HIV(human immunodeficiency virus) 감염인은 발길을 돌려 다른 대학병원에 가서 ‘인공고관절 전치환술’을 받았다. 수술을 거부한 병원의 이유는 HIV용 특수 장갑이 없어 수술을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해하기 힘든 사실은 HIV감염인 진료를 위한 특수 장갑이 국내에는 한 번도 수입된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수술을 거부한 병원에 속해 있는 치과에서는 ‘우리 병원은 AIDS 청정지역입니다’라는 현수막을 붙여 놓고 있었다고 한다. 이 말은 HIV환자는 우리병원을 오지 말라는 의미로 들린다.

해당 HIV감염인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해당 보건소는 수술을 거부한 병원을 의료법 제15조 위반으로 고발했다. [의료법 15조(진료거부 금지 등): ①의료인은 진료나 조산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한다. ②의료인은 응급환자에게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최선의 처치를 하여야 한다.] 이 사건은 12월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고, 복지부는 금년 1월 내부 종결 처리되었다. 법적으로는 무혐의처분을 받았지만 윤리적으로 옳은 행위는 아닌 것 같다. 오히려 비난받아야 할 사건이다. 찾아오는 환자를 정당한 이유 없이 거절하는 것은 의사로서 윤리적이지 않은 행동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985년부터 2010년까지 누적 감염인은 7656명으로 이중 생존자는 6292명으로 82%가 생존해 있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에이즈환자는 면역이 저하되어 여러 가지 병이 걸리지만 병을 밝히고 치료받기가 쉽지는 않은 실정이다. 특히 혈액이나 체액접촉이 많은 영역의 진료 과에서 에이즈환자들의 진료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들만이 이용할 수 있는 진료시설이 있기는 하다. 종교단체인 샘물호스피스 산하 병원에서 자원봉사자에 의한 치과 진료가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진료의 기회가 한정되어 있는 어려움이 있다. 사회적 차별의 벽에 에이즈환자들은 몸도 마음도 멍들고 있다. 에이즈환자들은 점점 늘어갈 텐데 앞으로 어떻게 풀어 갈 것인가가 중요한 것 같다. 이들이 안심하고 차별 없이 치료받고 타 환자들에게 불안감을 주지 않으려면 무엇보다도 의료진과 국민들에게 올바른 정보가 제공되고 공유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일에 정확한 지식이 없을 때 두려워하고 피하고 싶은 것이 숨길 수 없는 인간의 모습이다. 만약 HIV에 대한 정확한 지식결여나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진료를 거부했다면 해당병원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다.

일반 국민들(환자)에게도 HIV에 대한 바른 지식공유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국민들의 인식변화가 없이는 HIV환자 진료를 한 병원을 피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다수의 의료진들도 HIV환자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만 있지 대처 방법을 잘 모르고 있다. 에이즈환자용 특수 장갑이 없어서 수술을 못 하겠다고 답변한 것은 불완전한 지식으로 환자에게 궁색한 답변을 한 것 같다. 이해가 가지 않은 답변이다. 차라리 자신은 입장을 좀 더 명확하게 밝히고 (자신은 수술할 자신이 없다거나, 지식이 부족하다고 하거나, 다른 동료의 자문을 구하거나….) 해법을 찾았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의사단체와 질병관리본부에서는 HIV감염경로와 역학, 진료방법과 응대법 등에 관한 지침을 만들어 의료진과 국민들에게 알려주어야 한다. 미국 일부 주에서는 의무적으로 HIV에 대한 보수교육을 받도록 정해 놓기도 했다. 이들에 대한 관심과 증가될 에이즈환자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상처받은 환자나 같은 병원에 속해 있다는 이유로 도마에 오른 의료진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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