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진 명이비인후과의원장

최근 대선을 앞두고 때 아닌 의과대학 신설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들은 OECD통계를 들먹이며 의사의 숫자가 절대 부족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 분들이 주장하는 통계 자료와 해석을 보면 참 많이 어설프다는 느낌이 든다. 상식적으로 통계에 대하여 전문가가 아닌 상식적인 수준의 식견만 가지고도 최근 의대 신설 주장이 얼마나 우스운 주장인지 금방 알 수 있다. 정책입안에 관하여 통계를 읽고 분석할 때에는 합리적인 해석이 키포인트다. 잘못된 해석에 근거한 정책입안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손해를 끼치기 때문이다.

정책제안에 관하여 학자들이 정책을 주장할 때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이해상충(COI, conflict of interest)에 연관되어 있는지 스스로 물어보는 것이다. 정책제안이 혹 다른 어떤 이익집단의 숨겨진 이익 때문에 이용되어 장기적으로 국가에 손해를 입히는 것이 아닌지 자문해 보았으면 한다.

정확한 통계를 인용하지 않았거나 왜곡하여 해석하였다면 학자적 자질에 윤리적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여러 가지 이유를 제시하고 있는데 대부분 이해가 가지 않는 주장들이다. 선거를 앞두고 이런 주장을 하는 이유와 근거자료로 내세운 통계에 관한 의문점들에 대하여 분명한 답변이 있어야 할 것이다.

먼저 왜 대통령 선거를 목전에 두고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인지 이유가 궁금하다. 실제로 대선을 앞두고 인천, 목포, 창원 등에서 의과대학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있다. 의대 신설을 주장한 분들은 의과대학을 추진하려는 그룹과 사전에 교감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다. 또한 대선을 앞두고 표심을 얻어 보려는 정치집단과 서로간의 이해관계가 없었다는 근거가 있어야 학자적 양심에 의해 주장한 것이라고 인정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두 번째는 근거로 제시한 통계에 대한 의문점이다. 우리나라의 활동 의사수가 OECD 회원국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라는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OECD Health Data 2012주요통계’에 2010년 우리나라의 활동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1.9명으로 OECD 회원국 평균 활동의사 수 3.1명보다 1.2명 적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통계는 시간적 추이를 고려하지 않고 판단할 때 큰 오류에 빠지게 된다.

최근 수년간 OECD통계를 분석해보면 한국은 2004년에 국민 1000명당 1.6명 이었는데 2010년에 1.9명이 되었다. 6년 사이에 1.2배가 늘어난 것은 매우 빠른 증가 속도이다. OECD회원국 평균(2005년 2.9명)의 활동의사 증가수인 0.2명보다 그 폭이 큰 것이다. 이 말은 앞으로도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이라는 것을 쉽게 판단할 수 있다. 왜 통계해석을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주장해야 했는지 의문이다.

셋째로 왜 인구 증가율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는지 의문이 있다. 단지 노년층의 증가 이유를 들고 있을 뿐이다. 현재 우리나라 인구증가율은 2006년부터 2009년까지 0.3%였다. 세계인구증가율 1.2%에 비하면 매우 적은 비율이다. 이러한 추세라면 OECD는 2020년 한국의 인구증가율이 -0.02%로 인구감소세로 전환되고, 2030년에는 –0.25%로 예상되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빠르게 인구감소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의사를 많이 만들어 놓으면 인구도 같이 증가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 지 어이가 없다.

넷째로 의사수가 필요할 경우 의사수를 증가시킬 많은 방법들이 있는데 왜 의대신설만을 주장하는 지 의문이다. 이 점을 확실히 답해야 할 것이다. 외국의 경우 베이비부머 세대의 퇴장이나 전쟁 등의 수요로 인해 의사가 필요할 때 한시적인 의대정원을 증원하여 해결하거나 같은 언어 문화권에서 수입하던가 하면서 탄력적으로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이런 사실에 대해 전혀 연구도 하지 않고 이런 주장을 한 것인지 궁금하다.

의대 신설을 주장하는 분들은 이러한 의문점에 대한 명쾌하고 투명한 해명을 해야 할 것이다. 부실한 정책은 국민의 돈을 허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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