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진 명이비인후과의원장

1899년 ‘대한민국 의사 1호’로 김익남이 배출된 후 현재 41개 의과대학에서 매년 3500명의 의사를 배출하고 있다. 전체 의사들 중 92%가 전문의 자격증을 소유하고 있다. 실제 진료를 하며 보험 청구를 하고 있는 의사 수는 7만8000명이고, 이들 중 5200명이 일반의이고, 5만9000여 명이 전문의로 활동하고 있다.

의사의 시대적 흐름을 볼 때 60년대 이후 20여년을 ‘의사들의 황금시대’라고 한다. 이 시기의 의사들은 많은 부와 명예, 지위를 누렸다. 이 시기의 의사들 중에는 후에 의료재벌이라고 불릴 정도의 부를 축적하여 대형병원을 설립하고 의과대학을 설립하는 기회를 잡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황금시대는 오래가지 못했다. 무분별한 의과대학 증설과 폭발적인 의사 수 증가, 1977년 시작된 전국민의료보험은 의사들의 황금시대를 급속히 무너뜨려 버렸다. 이젠 국민건강보험의 재정의 한도 내에서 각 직역에게 배분이 이루어지고 있다.

흥미로운 통계수치를 2010년 공단이 발표한 자료에서 찾아 볼 수 있다. 2010년 공단이 발표한 전체 급여비는 32.5조원이다. 이중 의원이 7조원(22%), 병원 3조원(9%) 요양병원 1.3조원(4.0%) 종합병원 5조원(15%), 종합전문병원 5.5조원(17.0%), 약국 8.3조원(25.6%, 조제료 등 1조8천억원, 약가 6조5천억원), 기타 치과·한방·보건소 등 2.4조원(7.3%) 이었다.

이중에서 흔히 ‘빅5’라 불리는 상급종합병원 중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의 급여액이 전체 급여비의 7.2%, 종합전문병원 전체 급여비의 33.5%를 차지(2009년 12월 기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액수는 전체 개원 의사(2010년 현재 전국에 2만7479개 의원급 의료기관)들이 청구한 액수의 1/3과 비슷한 액수다. 의료전달체계 혹은 의료공급체계(Health care delivery system)가 존재하지 않은 대한민국에서 개원 의사들은 대형병원과 경쟁을 해야만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2012년 개원의의 평균 근무(진료)시간은 일주일에 평균 51.1시간으로 나타났다. 개원의중 38.3%는 공휴일에도 근무를 하고, 11%는 일요일에도 진료를 하고 있다. 일요일에도 근무하는 비율이 높은 과는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외과 등 인구감소와 함께 환자 층이 감소함에 따른 수입보존을 위해 일요일에도 근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젊은 개원의그룹서 기존의 개원가에서 생존하기 위한 방책으로 심야진료와 휴일진료까지 진료시간을 늘려 무리하게 일 하고 있는 현실이다. 야간 및 공휴일에도 근무를 하고 있지만 그 수입효과는 많지 않은 것은 낮은 진료비 책정과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 때문으로 파악된다.

현대 사회에서 최대의 화두는 공정한 배분을 통한 정의의 구현이다. 대학병원들과 빅5 병원은 점점 더 많은 병상을 만들고 보험급여를 빨아들이고 있다. 게다가 종합병원 외래에 의원을 개설하려고 하는 부끄러운 행태까지 계획하면서 1차 의료시스템을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단의 의료개혁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에는 누구나 동의하지만 너무나 실타래처럼 얽히고설켜 있는 한국의료 상황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가 가장 큰 숙제로 남아있다.

안타까운 사실은 의료보험의 도입과 의사의 대량 배출에 따른 부작용을 젊은 의사들 특히 30~40대 의사들과 이후의 배출될 의사들이 모두 짊어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들이 의사로서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너무나 많은 장애물들이 놓여 있기에 희망보다는 생존해야 한다는 절박함과 분노가 쌓이고 있다. 윤리적인 진료를 하고 싶어도 제도가 가로 막고 있는 형국이다. 이들이 전문직업성(Professionalism)을 유지하며, 의사로서의 사명을 감당할 수 있도록 국가가 나서서 제도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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