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년, 흑룡이 여의주를 물고 하늘로 높이 솟구치듯이 우리나라의 바이오의약품산업도 힘차게 도약하는 한해가 되기를 기대한다.

과연 기대해도 좋을까? 조심스럽지만 그렇다고 생각한다.

우선 임상시험을 끝내고 시판허가를 기다리거나 마지막 임상시험 단계에 있는 바이오의약품 후보군의 층이 매우 두텁다. 1세대 단백질 의약품에서 세포치료제에 이르기까지 고르게 분포된 구성을 보이고 있다, 작년에 세계 처음으로 성공적인 임상시험을 끝낸 줄기세포치료제를 비롯해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개발된 세포치료제들이 줄줄이 국내외 시장에 진출하려고 준비 중이다.

특히 이미 다 알려진 바대로 셀트리온이 금년 상반기중 바이오 시밀러 제품의 시판을 목표로 제반 준비를 진행시키고 있으며 100여개국이 넘는 국가에서 임상시험을 실시한 글로벌 경쟁력을 지닌 제품으로 알려져 있다. 예정대로 시판이 이루어진다면 전 세계적으로 국제적 품질규격 및 허가기준에 부합하여 제품화에 성공한 첫 번째 바이오시밀러 제품개발에 성공한 국가가 된다. 또한 삼성, LG, CJ, SK, 한화 등 대기업이 바이오의약품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고 바이오의약품 개발 전문 업체들도 두터운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어 유망한 제품의 개발이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이러한 가능성은 그간 10여년이 넘게 정부가 바이오의약품산업을 국가성장동력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R&D 지원 등 산업기반 조성에 노력을 기울인데 힘입은 바가 크며, 학계, 업계가 끊임없이 과감한 투자와 도전정신을 발휘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다시말해 1∼2년 사이에 이루어진 성과가 아니며 탄탄한 기반 위에 서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가시적인 결실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바이오의약품산업이 성장동력으로 주목을 받는 것일까?

몇 가지 중요한 원인이 있다. 첫째, 우리나라의 기술이 충분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학적 합성품과 달리 선두국가와 기술력의 격차가 크지 않을뿐더러 따라잡는 속도가 빨라 간격이 계속 좁혀지고 있다. 세포치료제 분야에 있어서는 오히려 전세계적으로 가장 앞선 기술도 상당 부분 보유하고 있다. 둘째, 화학적 합성품 개발의 비용-효과성이 점점 악화되고 있다. 신약개발의 성공률이 점점 떨어질 뿐 아니라 파이프라인의 고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그만큼 신약개발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셋째, 바이오의약품이 가지는 강점이다. 화학적 합성품에 비해 낮은 부작용 가능성과 더 다양한 치료영역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넷째, 그간 우리나라의 제약산업은 말하자면 수입대체산업적인 구조적 단계에 머물렀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전세계적으로 보면 그 단계에도 이르지 못한 국가가 태반이지만, 이제는 패러다임을 바꾸어 제약산업이 수출전략산업으로 변신할 기회를 모색할 때이며 충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가능성만을 가지고 미래를 너무 낙관할 수만은 없다고 본다. 이제부터 해결해 나가야 할 더 중요한 과제가 남아있다. 바이오의약품산업이 생존할 수 있는 생태계의 안정적 구축이 필요하다. 생태계의 생물학적 개념은 ‘특정한 단위 공간 내에 있는 모든 생물체와 그들의 물리적 환경, 그리고 그들 간의 모든 상호관계를 포함하는 총체적 개념’으로 정의하고 있다. 바이오의약품업계의 생존이란 고품질의 제품을 개발⋅생산하여 적정한 가격으로 환자가 치료받을 수 있게 하고 수익을 창출하여 투자자에 대한 이익배당과 사회적 고용기회를 제공하는 것일 것이다. 생태계 안에는 생산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다양한 분야와 단계에 걸쳐 있을 것이고 이를 둘러싸고 규제를 담당하는 정부, 투자자, 제품을 시술하는 의료계, 직접 비용을 부담하는 보험사와 환자들이 존재하면서 유기적인 관계로 긴밀히 영향을 주고 받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참여기업들간의 관계가 효율적으로 연관되어 있지 못하며 기업과 정부간의 규제 관계, 투자자와 기업간의 신뢰관계, 의료계와 의료소비자의 제품에 대한 이해와 신뢰 등에서 취약성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또한 이러한 취약성의 원인과 대책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우리 국민 대다수는 자동차, 휴대용전화기, TV, 냉장고 등 세계적 경쟁력을 지닌 제품에 대해 국민적 자부심을 느끼고 있고, 국산품을 선택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이러한 국민적 지지와 태도는 가일층 관련 제품들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다. 바이오의약품산업의 성공을 위하여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국민의 아낌과 신뢰가 아닐까 한다.

김명현

바이오의약품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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