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의약품 약국외 판매가 약사사회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주요 뉴스로 등장했다.

마치 취약시간대 국민의 의료수요 불편 해소를 위한 최상의 방법인양 정부와 일부 시민단체, 심지어는 의료단체까지 합세하는 양상이다. 하지만 진짜 그 방안 밖에는 없는 것인지 생각의 폭을 조금만 넓게 보면 그것만이 답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최근 부산 동래구약사회에서 지난 10월 17일 늦은 저녁시간인 밤 10시에 관내 의료기관 및 약국의 운영 실태를 점검한 결과, 약국은 31개, 의료기관은 3개의 기관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고 밝혔다. 그리고 3곳의 의료기관은 모두 병원 응급실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동래구약사회가 밝힌 이번 조사결과는 다른 지역의 상황과도 그리 다르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런 결과를 다른 시각에서 보면 비응급환자 발생 시에 갈 수 있는 의료기관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응급환자와 같이 병원 응급실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취약시간대 진료가 필요한 환자에 대한 의료서비스를 수요를 제공할 수 있는 제도적 정책적 배려가 전무한 실정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주머니 사정이 점점 팍팍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비 부담도 쉽게 간과할 수 없는 것 또한 현실이다.

실제로 지난 7월 한 달간 ‘1339응급의료정보센터’를 이용한 환자 중 저녁 8시부터 다음날 아침 8시까지 병원응급실과 의원, 약국의 운영정보 제공 요청내용 상황을 분석해 본 결과 전체 정보요청 건수 2만8105건 중 병원응급실이 30.6%(8591건), 의원이 44.7%(1만2571건), 약국이 24.7%(6943건)로 나타나 약국에 대한 정보 요구가 가장 낮은 반면 의원급 의료기관 요청 건수가 가장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경향은 제주도약사회가 조사한 “제주지역 취약시간대 의료기관·약국 이용 수요조사(심야POS & 1339이용 현황을 중심으로)” 보고서에서도 나타나 심야시간대 약국을 방문한 환자가 요구한 의약품 중 소화질환, 호흡질환, 근골격계 질환 등으로 병‧의원 진료가 필요한 환자들과 전문약 및 처방전 리필을 요구하는 등 의사의 진료에 의한 처방전이 필요한 환자는 73.5%로 조사되어 실질적인 취약시간대 국민의 의료서비스 수요에 대한 실체가 나름 밝혀졌다 할 것이다.

이 같은 결과를 실증하는 설문조사 결과도 최근 발표되었다. 지난 9월 약사회가 닐슨 컴퍼니 코리아(Nielsen Company Korea)에 의뢰해 조사한 “일반의약품 약국외판매 인식조사“ 결과에서도 취약시간대 국민의 의료서비스 공백 해소방안에 대한 선호도 조사에서 △시간외 진료센터(공공진료센터) △공공약국 △의약약국 당번제 등 전문가에 의한 진료공백 해소방안에 대한 요구가 59.6%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의 공약수는 결국 취약시간대 의약품 약국외 판매가 취약시간대 국민의 의료서비스 불편 해소 방안이 될 수 없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취약시간대 의료서비스 수요가 의약품 판매장소 확대로 국한하여 해결하려는 정부의 안이한 정책 추진에 대해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군다나 의약품 안전사용이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DUR사업을 시행하면서 한편에서는 의약품을 마구 먹어도 된다는 식의 의약품 약국외 판매를 위한 졸속추진은 정부 역할에 대한 의문과 함께 정책 불신을 자초하지나 않을까 국민이 도리어 걱정하는 지경에 까지 이르게 되었다.

정부는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조급하게 ‘발등의 불끄기’식으로 해법을 찾기 보다는 취약시간대 국민의 의료서비스 수요에 대한 해법이 무엇인지부터 세심하게 조사하고 분석해서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즉 의약품 판매장소 확대방안을 만들고 나서 의약품 약국외 판매에 맞춰 취약시간대 의료서비스 불편해소 방안을 만들기 보다는 취약시간대 의료서비스 전반에 대한 계획안에 취약시간대 의약품 구입불편 해소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국민이 진정 바라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앞뒤 순서를 바꿔가면서 조급하게 추진하는 졸속정책으로 국민으로 하여금 정부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걱정하는 국민의 안타까운 마음을 정책 당국자들은 아는지 묻고 싶은 심정이다.

박영근
대한약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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