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이미 시행중인 5·3 약제비 정책으로 기등재의약품의 약가 8900억원이 인하되고 있고, 8·12 일괄 약가인하 발표로 향후에 2조1000억원의 약가가 추가로 인하되면 제약업계는 대폭 영업적자가 발생하게 된다.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는 인건비를 포함한 연구개발비, 홍보광고비 등 판매관리비의 대폭적인 축소가 뒤따라야 하는데 이는 자연적으로 대량의 실업자 발생과 직결될 것이다.
제약업은 고용유발계수가 10억원당 6.6(불변가격)으로 대략 2만명의 실업자 양산이 예상된다.

문제는 보험의약품시장이 대폭 위축되며 제약업의 고용시장 또한 축소되기 때문에 대규모 약가인하로 일자리를 잃은 실업자가 그동안의 경험을 살릴 수 있는 제약업으로 재취업할 수가 없게 될 것이다.

최근엔 미국의 경기둔화와 유럽의 금융시장 불안이 현실화됨으로써 그 여파가 우리나라 경제에까지 미치고 있어 다른 산업으로 이직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이태백’ ‘삼팔선’ ‘사오정’ ‘오륙도’ 등 이제는 너무 익숙해진 실업과 관련된 유행어들이 자취를 감추길 기대해 보지만 제약업에서 만큼은 약가인하 등 환경변화로 더 늘어날까 염려된다.

상위제약사들은 작년과 금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당초 신규채용 계획보다 직원을 더 충원하였으나, 하반기 그리고 내년에는 거의 채용 계획이 없다. 생존을 위해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에서 신규인력 채용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혁신형 제약기업에 약가 우대 및 세제 지원으로 제약산업의 글로벌 역량을 강화한다고 공포했지만, 제조업의 특성상 매출을 통해서 영업이익이 발생하지 않고서는 지속적인 연구개발(R&D) 투자가 어렵다.

R&D 분야에 많은 자금을 투자하는 제약사는 오히려 약가인하의 직격탄을 받고, 모든 제약사들이 약가인하로 장기적으로는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내 제약산업이 경쟁력을 잃게 되면 동남아와 같은 시장상황으로 전환될까 우려된다.
다국적 제약사에 시장을 내어 주게 됨으로써 국내 제약산업의 일자리창출이 어렵게 되고, 의약주권을 상실함으로써 국민의 약값 부담은 장기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지난주 한국제약협회 긴급이사회가 열린 바 있다.

이 이사회에는 보건복지부의 일괄 약가인하 정책이 그 규모나 시기와 방법에 있어서 산업이 감내할 수 없는 가혹한 정책이기 때문에 항의표시의 일환으로 하루 동안 생산중단을 결의하여 제약업계의 절박한 심경을 표출한바 있다.

제약업계도 건강보험 재정의 건전화를 위해서라면 모든 관련분야와 함께 고통을 분담하는 데 기꺼이 동참하고자 한다.

그러나 약가인하의 규모와 시기, 방법은 제약산업이 감내할 수 있을 정도로 반드시 재검토 되어야 한다.

김연판
한국제약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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