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진 명이비인후과의원장

대부분이 사람들은 죽음을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고 지금 생각하고 싶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죽음이라는 생의 중요한 과정을 누구나 맞이하게 되어 있다. 그러기에 우리 모두는 꼭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정리할 필요가 있다. 거의 모든 임종의 때마다 함께 하는 의료인으로서 이 문제에 대해 깊은 관심과 참여가 필요한 때다. 평균수명이 짧았던 예전에는 장수가 축복이었지만 이제는 건강하게 잘 사는 것이 축복인 것으로 인식이 변했다. 죽음을 맞이하는 사회적 제도를 준비하고 다듬어가야 할 숙제가 우리에게 생겼다.

바로 자신의 생을 뒤돌아보며 정리하고 통증의 고통에서 벗어나 평안하게 임종을 맞이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호스피스제도이다. 호스피스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수년전까지만 하더라도 말기암 환자분들이나 생의 마지막 여명을 남기신 분들에게 호스피스병동을 권유한다는 것이 상당히 어려웠다. 하지만 이제는 사회적 인식이 많이 변화되고 이들 호스피스 시설에 일반인들이 자원봉사를 하면서 우리의 삶속에 꼭 필요한 제도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사회적 인식변화와 제도로 모양을 갖추어 가기까지에는 많은 사회 리더 분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숨어 있었다. 이런 문제에 발 벗고 나섰어야 할 의료인들은 이 분들의 수고에 발을 걸치고 뒤따라가는 부족한 모습을 보여 왔다.

"의료수가 제도의 문제점에 대해 그들은 단호하게 밝힌 적이 없다. 뒤에서 불평했을 뿐이다. 호스피스 완화의료 제도에 대해서도 아직 통합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필요성을 강조했을 뿐이다. 품위 있는 죽음 혹은 존엄사에 대한 왜곡 보도가 이어졌을 때에도 그들은 입을 닫았다. 존엄사를 안락사로 몰아가는 여론이 형성되어도 의과대학 교수들은 일상화된 침묵 속에서 권위와 위엄을 지켰다. 이 고귀한 의료집단은 국민의 의식수준이 너무 낮다고 불평했다." 이상은 <해피... 엔딩> <우리는 존엄하게 죽을 권리가 있다>라는 책을 쓰신 최철주 중앙일보 논설고문의 글이다.

축복된 생명의 탄생뿐만 아니라 존엄하고 평안하게 생을 마감하도록 준비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의사로서 또 언젠가 죽음을 맞이할 사람으로서 이런 중요한 문제에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고 또 적극적으로 나서서 환자들을 위한 주장을 펼치지 못한 부분들이 부끄럽기만 하다. 탄생과 죽음! 인간의 삶에서 가장 큰 사건인데도 탄생에 대해서는 저출산 현상에 대한 여러 가지 보조금등을 지원해 주는 정책이 있지만 정작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에 대해서는 이러한 정책이 미진해 보인다. 특히나 환자들의 고통을 가장 많이 느끼고 알고 있는 의사들의 입에서 대변되어야 할 부분이다.

2011년 9월1 일부터 호스피스제도의 정착을 위해 건강보험에서 1차 시범사업에서 발견된 문제를 보완하여 2차 시범사업을 시작되었다. 정말 반갑고 환영할 만한 소식이다. 아직 2차 시범사업에 포함되지 못한 부분들이 많이 있지만 시범사업 중이라도 제도적으로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부의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할 것 같다. 지금까지 이만큼이나 호스피스제도가 정착 할 수 있도록 노력 해 오신 종교계와 언론계, 그리고 의료계, 정부관계자 분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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