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 비해 우리 의료복지체계에서 뛰어난 점 중 하나가 바로 검진이라는 것이다.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적은 의료수가에, 능숙한 의료진들 그리고 무엇보다 약관의 나이가 차면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금액으로 외국에선 수십 수백 만원 하는 검진은 무려 만원짜리 몇 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라는 곳이다.

1차적 예방이 병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으로 가장 이상적인 치료지만 효율적인 면이나 자금적인 면, 기타 여러 가지 요인으로 힘든 경향이 있고, 3차적 예방(치료)은 대부분 invasive한 치료로 치료자-환자 둘 다 힘들 수 있는 반면, 2차적 예방이라고 할 수 있는 검진은 조기에 병을 발견하고 치료함으로써 효율 및 예후 면에서 월등히 앞서고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검진을 활성화하여 의료복지적 측면에서 세계적인 수준을 달리고 있는 곳이 한국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필자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골에서 진료를 하는 도중 생각했다. 국책으로 의료복지가 향상되고 있는 검진이 얼마나 난무·낭비되고 있는지….

질병 또는 암에 따라 검사의 빈도는 1년, 2년, 5년 등에 한 번씩 필요로 한다. 하지만 시골지소에서 일을 하다보면 분기별로 수많은 업체 또는 단체가 왔다 간다. 필자의 경우 1분기에만(4분기를 기준으로) 10여 곳에서 연락이 왔었고 대략 5~7여개 단체가 왔다 갔었다.

검진을 하는 단체들은 자원봉사자가 아니다. 그들은 국가에서 지원금을 받고 일을 한다. 즉, 돈이 되기 때문에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검진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한 지역당 사람 수는 일정한 반면 분기별로 너무나 많은 곳이 왔다 간다.

필자가 있는 지역만 약 1년에 십수여 단체는 왔다 갔었다. 물론 정부의 차원에서 한번 한 사람이 일정 기간 동안 같은 검사를 받는 것에 있어서 중복 지원하는 경우는 없지만, 과연 이렇게나 많은 단체들이 왔다 갈 필요가 있는 것인가? 일부 단체는 이런 검진을 이용한 환자 유인행위를 하기도 하는데 말이다.

필자는 계획만 잘 세워지고 운영된다면, 1년에 2~3번 정도만 운영되어도 충분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국가가 운영하기에는 돈과 인력이 많이 든다고 생각하고 이를 민간에 위탁하고 돈을 지급하고 있는 것 같은데, 덕분에 인력과 세금이 너무 낭비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검진이 돈이 된다고 보고 너무나 많은 단체들이 이것에 뛰어 든 것이다. 국가에서 운영하기가 힘들다면, 적어도 교통정리 정도는 제대로 해야 쓸데없는 낭비가 없어지지 않을까?

이경희
대공협정책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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