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진 명이비인후과의원장

어느 단체가 힘있는 단체가 되려면 무엇보다도 그 단체가 깨끗한 도덕성과 신뢰를 받을 만한 위상을 유지해야만 가능하다. 열심을 다해 수고하던 단체나 정당이 소속 단체원의 비리나 비윤리적 행위로 인해 망신을 당하고 비난을 받는 사례를 신문지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다.

해당 단체는 비리 회원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사회에 표명하고 실행함으로서 그 단체에 대한 사회적 지위를 유지해 가고 있다. 자정능력이 없는 단체를 아무도 신뢰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소속 단체원의 숫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문제를 발생시키는 회원들도 당연히 증가한다.

의사협회도 매년 3000명이 넘는 의사가 배출되지만 이에 상응하여 이들에 대한 윤리교육이나 자율규제권의 준비가 지극히 열악한 상태이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선진국에서도 먼저 발생한 문제들이였고, 현재의 문제이다.

우리나라보다도 의사숫자가 월등히 많은 선진국의 경우를 살펴보면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그려볼 수 있을 것 같다. 외국의 경우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전문가의 자율성과 품위를 유지하고 있다. 한 축은 윤리교육이고 다른 한 축은 강력한 자율징계이다.

다른 나라(미국, 캐나다, 영국 등)에서는 의사협회에서 제공하는 윤리강좌가 많이 개설되어 있다. AMA(American Medical Association)나 BMA(British Medical Association) 홈페이지를 가보면 내용의 1/3이상이 윤리 관련 내용이다. 이들 의사협회에서는 진료를 하면서 꼭 지켜야 만하는 기본적인 의사직업윤리와 생명의료윤리에 관한 자료를 의사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계속 업데이트 하면서 회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또한 모든 회원은 매년 몇 시간씩 의료윤리와 직업윤리를 포함한 보수교육(CME: Continous medical Education)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한다. 만약 보수교육을 이수하지 않으면 많은 불이익이 주어진다. 인터넷과 기관지 등에 이름이 공고되어 일반인들에게 알려지고, 벌금도 내야하고, 그래도 교육을 이수하지 않으면 면허재등록을 할 수 없다.

징계를 받은 회원은 홈페이지에 이름과 비위사실, 징계내용(면허정지, 벌금액수, 윤리 및 보수교육 명령 ,사회봉사 등)이 개제된다. 징계의 한 종류로 내려지는 윤리교육은 교통법규를 위반했을 때 교통안전 교육을 받아야 하는 것처럼 일정시간 강의료를 내고 받아야만 한다. 우리의 상황에서 볼 때 숨이 막힐 정도로 엄격한 자체적인 자율규제(self-regulation)에 돈과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외국에서 의사들이 전문가 집단으로 국민들에게 신뢰를 받는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이러한 강력한 자정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회원들 자발적인 윤리연구모임이 이미 많이 만들어져서 사회적으로 생명윤리적인 문제가 대두되었을 때 자신들의 목소리를 강하게 주장한다. 선거철에는 대통령이나 정당, 선거출마자에게 생명윤리적인 문제나 의료정책 등에 대해 출마자의 윤리적인 견해를 질문하여 자신들의 영향력을 한껏 발휘한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면 그 정책을 제시한 후보는 이런 단체의 질문에 그만 나가 떨어져 버리고 만다. 후보들은 이런 첨예한 윤리적인 문제에 대한 답을 피해보려고, 그 윤리연구단체가 평소 주장한 정책들을 미리 제시하거나 자문을 의뢰하기도하고, 압력이 두려워 단체가 제시한 정책을 미리 받아들이기도 한다. 윤리적 우위를 지키면서 진정한 압력단체로서 의사들의 권익을 향상시켜나가는 모습이다. 우리가 어떻게 힘을 길러가야 할지 그림이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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