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를 주고 받은 자 모두를 처벌하는 쌍벌제가 시행되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다.

그런 쌍벌제를 비웃기라도 하듯 필자가 일하는 곳도 제약회사 직원이 찾아왔다. 저녁식사 (고기 접대), 고가(무려 3만원이나 하는)의 USB 메모리까지 모두 뿌리쳤으나 과거 리베이트로 유명했던 H모 회사의 직원은 집요했다.

그 어떤 사적 관계도 불가함을 넌지시 이야기했으나 지속적으로 찾아왔다. PMS(신약에 대한 효과 연구에 참여하고 연구비를 받는 것으로 현재 합법으로 판단되어 있다)에 대한 이야기도 꺼냈다.

이대로 두면 계속 찾아오겠다 싶어 필자는 직원을 앞에 두고 약에 대한 말도 안 되는 무식한 헛소리를 늘어놓았다. 그러자 직원이 “이 사람은 약에 대해 하나도 모르는 바보구나”라고 생각했는지 다시는 찾아오지 않았다. 이번에도 나의 승리다.

쌍벌제에 대해 제약회사든, 의료인이든 사회 여러 곳에서 말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어느 법조인은 언론을 통해 ‘쌍벌제는 위헌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며 부당함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의료인들 사이에서도 ‘리베이트는 뇌물이 아닌 금융비용으로 보아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 쌍벌제의 처벌 규정이 애매하여 법을 지키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로 적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수의 의료인들이 쌍벌제에 분노한 까닭은 이런 이유들보다 자신들이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았다고 생각해서 이다.

그러면 공중보건의사들은 쌍벌제로부터 자유로운가? 결론을 말하자면 공중보건의사들은 쌍벌제와 상관없이 어떤 경우에도 절대 리베이트를 받아서는 안 된다.

공중보건의사는 의료인과 동시에 공무원의 신분이기 때문이다. 쌍벌제가 실제 부당한 법이든 아니든 간에 공중보건의사가 급여 외에 제약회사로부터 금품을 받는 것은 엄연히 청렴의 의무에 위배된다.

그렇기 때문에 쌍벌제의 정당성 논란을 떠나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가 리베이트 수수에 대한 절대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의료인 입장에서는 제약회사 직원과 설렁탕 한 그릇 대접받고 처벌받을 수 있는 법이 불합리할 수 있지만, 공무원 입장에서는 밥 한 끼라도 사심이 있다면 대접받아서는 안 되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 재량에 달린 진료장려금을 빼면 100여만 원 정도가 되는 급여로 아내와 아이를 부양하는 공중보건의사들의 사정은 넉넉한 편이 아니다. 관사를 지원받지 못하는 공중보건의사는 집세를 내면 생활비가 부족해 마이너스 통장으로 생활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그 유혹을 뿌리치는 것이 힘들 수 있지만 그렇다고 법을 어길 수는 없는 일이다.

합법적 부분까지 결벽증 환자처럼 절대 거부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공무원으로써 청렴함을 지키자는 것이다. 사회의 부조리한 부분과 정의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에 앞서 공무원으로써 의무를 다해야만 하는 것이다.

박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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