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희

경기도 양평군청

공보의

보건소는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 공공의료의 한 축을 책임지는 중요한 곳이다.

보건소는 정부차원에서 국민건강 증진을 위해 의료혜택을 받기 힘든 또는 받을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기관으로 진료, 사회복지사업, 예방접종 등 크게 3가지 역할을 수행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정작 모든 운영은 민원과 실적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으니 아이러니할 뿐이다. 예를 들어 보건소 진료혜택을 받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그 혜택을 받지 못할 때 다음과 같이 말한다.

“군수한테 직접 전화하겠어” “소장이 내 이웃인데! 내 친군데! 내 후배인데” 등등 그리고 이중 상당수의 민원, 고충들이 실제로 처리되기도 한다.

실제 이런 일도 있었다. 의약분업 예외지역이어서 원내처방을 하던 곳에 의원, 약국이 들어서면서 의약분업지역이 되었다. 보건소는 이에 법에 따라 원외처방으로 바꾸었으나 민원이 빗발치는 바람에 원내처방을 그대로 유지하게 된 것.

이러한 사례는 이미 수십 곳에 이르며 각 지역에 병원, 약국이 감히 들어설 수 없는 이유가 되어 버렸다. 특히 진료부분은 이미 정치인들의 포퓰리즘에 의해 더 이상 손댈 수 없을 정도로 이상해져 버렸다.

보건소 진료의 특징은 △진료비 500원, 65세 이상 무료 △원내 처방지역은 약값이 포함된 진료비, 65세 이상 무료 △맘에 안 들면 민원을 넣으면 해결 된다 등으로 요약된다.

이런 이유로 사람들은 “보건소를 가면 공짜로 치료 받는다”라고 의례히 생각하고 있으며, 실제 원내 처방지역은 그 지역주민이 아닌 타 지역, 심지어는 가까운 다른 행정구역에서도 찾아와 진료를 받으려는 사람들 때문에 보건소가 붐비기도 한다.

또 그 이용자들을 보면 (진료부문에서만) 의료보호는 20~30%정도 밖에 미치지 못한다. 이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의료보호 환자들에게 정작 공공의료 혜택이 돌아가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필자는 자주 보았다. 보건소에 오는 외제차와 중형차들을, 그리고 그들에게 왜 병원에 가지 않고 보건소에 왔냐고 물어보면, 80~90%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공짜니까 또는 싸니까”라고 쉽게 대답한다. 이게 과연 지역 주민의 건강증진에 도움이 되는 보건소의 역할일까?

물론 자원이 무한정하다면 상관없지만 보건소는 우리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고, 이렇게 우리의 세금이 밑 빠진 독에서 물이 새어 나가듯이 낭비되고 있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그리고 이러한 비효율적인 운영을 하면서 항상 인원이 부족함을 호소하고 있는 지금의 현실도 이해하기 어렵다. 비단 공무원뿐만이 아니라 공중보건의사도 포함해서 말이다. 특히 이번 B형 간염 사례는 바로 이러한 행정의 결과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보건소의 포퓰리즘적인 사고가 오히려 국민들의 건강증진에 해를 끼치는 누가 될 수 있음을 모두가 깨달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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