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규
고려의대 내과 교수
의약평론가

지방자치단체장선거와 교육감 등의 지자체선거가 끝났다. 별 특징이 없었던 이번 선거에서 눈길을 끄는 것 중에 하나가 무상급식에 관한 것이었다. 그러나 선거기간 중에 무상급식의 필요성이나 당위성에 대해 뜨거운 논란이 없었던 것은 필자 자신부터 무상급식에 대해서 잘 몰라서였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의무교육이니 무상급식을 한다면 아마도 초등학교가 우선 대상이 될 것이다. 무상급식은 학교급식을 전제로 한다. 학교의 단체급식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학교에서 시행되고 있지만 무상은 아니다.

그래도 학교급식은 장점이 많다. 편식을 바로잡고 올바른 식습관을 가르칠 수 있는 것이 좋은 점이다. 그러나 일부 어린이들이 경제적 이유로 학교급식에서 제외되거나 정부의 보조에 의해 학교급식을 받고 있다고 한다. 무상급식은 아마도 이러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해야 할 것 같은데 이번에 나타난 정책은 그렇지가 않은 모양이다. 경제적 능력이 있는 다수의 학생들에게도 무상으로 급식을 하겠다는 것이다. 돈이 있든 없든 공짜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원하지 않는 다수의 학생들에게 정부가 무상으로 급식을 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어딘가 이상하다.

무료급식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돈이 필요하다. 세금을 더 걷지 않는 한 이미 짜여진 교육예산에서 써야 한다. 교육예산이 얼마나 여유 있게 짜여 지고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교육의 다른 부분이 위축되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사실 무상급식에 앞서 이 문제가 우리나라 교육에서 얼마나 본질적인 문제인가에 대한 논의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리고 또한 무상급식이 교육현장에서 얼마나 시급히 해결해야 할 교육적 문제인가에 대한 논의도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그런 논의와 합의가 전제되지 않는 무상급식은 교육적이라기보다는 정치적이고 합리적이라기보다는 포퓰리즘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와 비슷한 예가 의료에도 있었다. 지난 정권시절 시민단체들이 환자급식을 건강보험에서 대주어야한다고 주장하였다. 치료비는 건강보험이 적용되는데 환자식대는 건강보험이 안 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당시 복지부는 무슨 영문인지 의료계의 반대에도 이 주장을 정책으로 받아들였다. 가뜩이나 빠듯한 건강보험재정에서 환자급식을 지원하자니 보험재정이 남아날 리가 없었다. 그로부터 얼마 후 이 제도는 슬그머니 없어져 버렸다.

무료로 정부가 환자급식을 제공할 수 있다면 좋은 일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기위해서는 필요한 곳에 의료비를 제대로 쓰지 못하게 된다는 점이다. 의료에서 본질이 아닌 문제를 그 당시 복지부가 받아들인 것 역시 의료적이라기보다는 다분히 정치적인 결정이었고, 합리적이었다기보다는 포퓰리즘적인 정책이었던 셈이다.

정부는 제주도에 의료특구를 만든다고 한다. 중앙정부 뿐만이 아니라 부산이나 부천, 서울의 강남구 역시 의료특별구를 만든다고 한다. 의료를 통해 외국관광객을 모으고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특구는 의료특구만 있는 것이 아니다. 경제특구도 있고, 관광특구도 있으며 그 외에도 거점도시, 혁신도시 등 다양한 특구도시들이 있다. 지난 정부 때부터 이런 정책에 막대한 세금을 쏟아 부었지만 아직까지 가시적으로 성공한 특구가 있다는 소리를 듣지 못하였다.

그렇게 정성을 들이고 엄청난 세금을 투자하는데도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특구에 특별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름만 특구일 뿐 적용되는 제도나 규제가 일반 다른 도시나 지역에 비해 차이가 없다. 다른 지역과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다른 사람과의 차이를 차별로 이해하는 포퓰리즘적 사고방식 안에서는 특구가 성공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선거에서 떠오른 무료급식 논란이 지난 정권 때 실패한 환자급식제도와 비슷하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세월이 지나도 비슷한 논란이 또 다시 반복되는 것으로 보아 당분간은 우리나라에서 특구가 특별해지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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