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문 희

한국바이오협회

명예회장

금년 들어서서 바이오기술 분야에서는 글로벌신약 개발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정부의 정책적 지원의지가 강화되는 등 새로운 열기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2월 24일 신약개발연구자협의회의 포름에서 교과부, 지경부, 복지부 관계관과 관련 연구자들이 모인자리에서 정부가 범부처적으로 글로벌 신약개발에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후에 농림수산식품부에서도 생약자원을 중심으로 하는 천연물 신약개발에 동참해 나가기로 뜻을 모았다. 모처럼 정부와 학계가 한목소리로 신약개발에 도전하자는 뜻을 모아나가고 있다는 사실은 앞으로 우리 바이오·제약산업의 미래를 밝게 해 주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막상 이러한 신약개발의 주체가 되어야 할 우리 제약업계는 여러 가지 현안문제로 어려움을 격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신약개발의 환경변화 속에서 나름대로의 선도적 역할을 못하고 있지 않나 우려가 된다. 다행히도 최근 우리나라의 대표기업인 삼성이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으로 헬스케어사업에 적극 투자하고 바이오시밀러를 비롯한 신약개발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함으로서 앞으로 우리나라 바이오·제약산업 발전의 새로운 장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제 우리도 타 산업 분야와 같이 바이오 분야에서도 세계 일류 헬스케어 제품을 만들어 내고 국제 경쟁력 있는 혁신신약을 개발해 낼 수 있는 “글로벌 제약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신약개발의 과정은 전자나 기계와 같이 한 가지 아이템에 집중투자 한다고 해서 개발되는 것이 아니며, 조립생산 하는 양산체제를 구축할 수 있는 산업도 아니다. 하나의 신약이 개발 생산해 나가기 위해서는 다양한 질병, 다양한 의약물질, 다양한 접근방법의 적용이 필요하며, 임상의학적 검증이라는 어려운 과정을 성공적으로 통과한 치료의약품 만이 승인되고 상용화 된다.

따라서 하나의 혁신신약 개발을 위해서는 바이오의약이던, 합성신약이던 간에 대상이 되는 신약의 타깃, 물질 그리고 기술의 다양성 속에서 임상적용이 가능한 신약물질, 말하자면 부작용은 없고 약효는 높은 의약물질을 찾아내는 새로운 통합적 지식과 기술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전문 분야 별 협동적 노력이 필수적 요건이 된다.

또한 신약개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복잡 다양하게 얽혀있는 세포기능조절 경로에서 새로운 타깃을 발굴 검증하고 ▲수백만 개에 이르는 화학물질 중에서 새로운 약효를 지닌 물질을 찾아내는 새로운 기술적 접근이 필요하다. 앞으로 혁신신약 개발의 경쟁력은 이러한 기술과 지혜를 갖춘 두뇌집단 만이 우위를 선점하게 될 것이 자명하다.

신약개발의 지식과 기술의 통합적 접근은 생명과학의 지식이 축적되면 될수록 그리고 생명공학기술이 첨단화되면 될수록 더 어려워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간 세계시장을 석권해 오던 글로벌 제약기업이 혁신신약 개발 성과가 저조한 이유도 이러한 기술적 문제에 봉착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제약기업은 당면한 성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새로운 기술적 돌파구를 찾는데 혼신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이제 우리 제약업계도 현재 기술역량의 한계를 극복하고 모방정신의 틀에서 벗어나, 좀 더 넓은 세계시장을 향하여 글로벌 혁신신약 개발에 도전하고 선투자하는 개척자 정신이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정부의 정책적 지원의지와 산학연의 협동적 노력이 경주될 때, 30년 전에 전무했던 유전공학기술을 백지에서 시작하여 오늘의 기술역량을 키워왔듯이, 차세대 혁신신약도 우리 손으로 개발하고 글로벌 제약기업을 탄생시킬 날도 그리 머지않을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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