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문

의약품도매협회 부회장

신성약품 회장

정부가 최근 ‘시장형 실거래가상환제’를 오는 10월부터 시행하겠다는 방침이 발표된 이후, 국공립병원 의약품 공개입찰이 잇따라 유찰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서울대병원, 영남대의료원, 충남대병원에서 이러한 사태가 일어났고, 곧 입찰이 예정된 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과 보훈병원에서도 똑같은 사태를 겪을 가능성이 높아져 약품 공급대란이 혹시 오지 않나 업계는 물론, 언론에서도 관심과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커져가고 있다.

다행히 보건복지부에서 새로운 제도 시행일 이전에 계약이 이루어진 의약품은 약가인하에 반영되지 않으며, 저가구매에 따른 인센티브 적용 대상에서도 제외된다는 유권해석을 통보해와 앞으로는 입찰이 진행되리라 본다. 그러나 이번 유찰사태를 지켜보면서 몇 가지 원인과 처방을 함께 찾아보아야 하겠다.

서울대학병원의 경우 입찰유의서를 보면 ‘시장형 실거래가상환제’의 시행을 유념하여 투찰하여야하고, 연간(1년)단가 계약기간 도중 입찰이전 발표된 정부 시책의 시행을 이유로 납품이 차질 없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해 놓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새 제도가 시행되면 시장가격이 어떻게 형성될지 예측이 불가능하여 제약회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는데, 모든 공급의 책임을 도매상에 떠넘기고 있어 입찰이 불가능한 형편이 되고 말았다. 최소한 새로운 제도가 시행되면 그때 가서 도매상이 불이익을 감수하지 않도록 다시 공급 계약을 할 수 있는 부대조건을 마련해 주었어야 했다.

또 다른 근본원인은 작년도 덤핑계약가격이 문제다. 도매업체들 간의 과당경쟁으로 약값이 너무 내려가 있어 어느 도매상도 현재 가격으로는 공급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작년에 낙찰한 도매상들이 많은 손실을 보았고, 이제는 도매상들이 외형(매출)보다는 수익을 높이지 않으면 회사 생존자체가 어렵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몇 번 유찰시키고 예정가격이 높아져야 입찰에 나서겠다는 것이 공통된 인식이다. 병원도 새로운 제도 시행을 앞두고 안정적 공급을 우선으로 하는 합리적인 구매계획을 세워야한다.

마지막으로 도매상의 희생을 강요하는 일방적이고 불공정한 계약조건의 문제가 개선되어야 한다. 입찰을 대행 해준다는 명목으로 대행회사에서 수수료를 징수하고 있는데(18억/년) 수익을 얻지 못하고 있는 도매상에서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위탁재고 관리방식도 안전재고량을 의무화하고 있는데 이것도 도매상으로 하여금 약사법 KGSP를 준수하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신속히 개선되어야 할 문제이다.

이번 유찰사태를 경험으로 제약, 병원, 도매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 지도록 정부에서 새로운 제도 시행에 앞서 충분한 업계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준비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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