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훈 교수의 원 포인트 JCI - 6

환자를 대면하는 우리나라 방식은 이렇다. “성함이 000이시죠?”라고. 그나마 이렇게라도 묻기라도 하면 다행인데 이마저도 종종 생략되곤 한다. 채혈을 할 때도 그렇고, 병동에서 환자에게 약을 줄 때도 대개는 ‘서로들 알고 있으니까’라고 생각하고 무심결에 진행한다.

만일 채혈실에서 직원이 호명을 했는데 마침 당사자는 자리에 없고 귀가 어두운 할머니가 급한 마음에 먼저 나가서 자리에 앉는 경우 깜빡하는 순간에 엉뚱한 사람의 혈액을 채혈하게 되는 것이다. 또 병실에서는 간호사가 약을 나누어 주다가 제 자리에 있지 않고 돌아다니는 환자를 만났는데 용모가 비슷한 분을 만나면 무심결에 약을 줄 수도 있다. 환자들이야 당연히 제대로 줬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약이 바뀔 수 있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병원 내 세세한 사고들은 도무지 믿기지 않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운전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험하듯이 사고는 아차 하는 순간에 벌어진다는 것.

JCI에서는 모든 행위를 함에 있어서 반드시 환자의 성함과 생년월일을 확인하라고 한다. 아니 꼭 이름과 생년월일은 아니지만 반드시 두 가지 이상의 항목으로 확인 할 것을 주문한다. 그렇다고 아무 항목이나 정하면 되는 것은 아니고, 그들이 생각했을 때 안전한 방식이라고 여겨지는 것들이어야 하는데, 우리병원(고대 안암병원)은 이름과 생년월일로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원칙은 환자 진료 규정집에 반드시 명시되어 있어야 한다. 매일 똑같은 약을 받는 장기재원 환자라고 하더라도 매번 성함과 생년월일이 맞는지를 직접 확인해야 한다. 꼼꼼하다는 병원들이 대개 이름만으로 확인하는 데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고 실수는 경험자와 미경험자를 구별하지 않는 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특히 성이 동일하고 이름이 비슷한 경우가 많아서 실수하기가 쉽고, 더욱이 어수선하고 바쁜 곳에서는 종종 이름이 비슷한 사람이 잘못 선택되어 지기 때문이다. 또 약을 줄 때 반드시 팔에 찬 팔찌를 확인하는 과정도 잊어서는 안 된다. 환자들의 팔에 찬 팔찌는 본인을 확인하는 중요한 객관적인 증거이기 때문이다. 인증을 준비하는 병원마다 준비를 하면서 더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그것으로 하면 된다. JCI는 항상 반드시 어떻게 하라는 항목은 없다. 다만 서술형으로 지적할 뿐인데 ‘투약과 침습 시술 시에는 환자 확인이 중요하다’는 정도의 문구만 있을 뿐이라서 결국 각 병원에서는 직원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듣고 그것을 선택하는 과정을 중요시 여긴다고 본다. 이러한 방식은 위로부터의 일방적인 지시에 따라 행동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고 스스로 규정을 만들어야 잘 이해하고 실수가 없다는 원칙적인 생각에 근거한다고 본다. 반복해서 말하지만 병원이 개별적으로 만든 규정을 JCI 실사팀이 인정하느냐 안하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 고대안암병원 QI위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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