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훈 교수의 원 포인트 JCI - 3

인증 심사의 첫 장은 병원장님의 병원 소개로 시작을 한다. 조직도와 인적, 물적 자원의 현황에 대한 설명을 하고 나면 간단한 질문을 한다. 이 과정은 인증 심사에 앞서 병원의 개략적인 상황을 파악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주로 물어 보는 것은 병원의 지휘 체계를 묻는다. 누가 결정권자이며, 모든 사안에 대한 결정을 할 때 원장은 어떤 원칙으로 진행하는가 등을 묻는다.

인증 준비를 위해서는 예상 질문을 준비하고 어느 정도의 답변을 염두에 두고 연습하는 것이 좋다. 잘 알면서도 막상 질문을 받으면 어리벙벙해지기 일쑤기 때문이다. 원장님의 설명이 끝나고 나면 그 다음 누구를 찾을까 궁금했는데 곧바로 부르는 사람이 적정진료 및 환자 안전관리 실장인데 QI실장 또는 QI위원장을 말하는 것으로 병원의 질 관리 방식과 현황에 대해 묻는다. 필자가 바로 당사자가 되었다. 우리 식의 사고로는 필자의 위치가 병원장님 다음으로 만나야 할 그런 일은 없는 터라 무척 당혹스러웠다. 대체적인 것을 묻더니 QI 활동 가운데 한 가지를 예로 들어서 설명해 보라고 하는데 만일 내가 직접 관여하지 않고 직원들에게만 맡기는 스타일이었다면 꼼짝없이 벙어리가 되었을 것이다.

이러한 모습은 결국 JCI가 보고자 하는 것은 병원의 훌륭한 시설과 장비 그리고 최첨단 술기에 대한 것이 아니라 환자의 안전을 위한 병원 측의 지속적인 노력, 즉 QI활동을 가장 우선으로 본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진행을 하다보면 이러한 느낌은 확신으로 굳어진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JCI 인증은 결국 QI실이 중심이 돼서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인데 2000년 이후 우리나라에 병원 QI의 중요성이 부각이 되었지만 실제로는 각 병원의 QI팀의 상황이 충분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반성을 하게 된다.

QI실장의 설명이 끝나고 나면 본격적인 실사를 시작한다. 그들만의 사무 공간에서 자기들끼리 약간의 시간을 갖기를 원해서 밖에서 기다리는데 그 새 화장실을 다녀온 심사위원이 “화장실에 비누가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아차 싶었다. JCI 인증 기준에 의하면 물비누를 사용해야지 딱딱한 비누는 안 되기 때문이다. 어찌된 일인가 하고 화장실에 가보니 딱딱한 비누는 보이는 대로 치우라고 청소 아주머니에게 신신당부를 했건만 굳이 꼭 가져다 놓는 직원이나 보호자가 있다는 것이다. 첫 날 시작부터 보기 좋게 한방 먹었다.

< 고대안암병원 QI위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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